LG전자 취임 한달..구본준 부회장의 두 가지 약속은?

by이승형 기자
2010.11.01 15:43:07

구 부회장,"성과에 대한 보상 철저히 할 것" "모든 사업라인 동등히 대우"
LG전자, "회사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분다"

[이데일리 이승형 기자]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취임한 지 1일로서 한달을 맞았다.

구 부회장은 지난 한달간 장기적인 거창한 비전 제시나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몰두하기 보다는 현장을 중심으로 내부 구성원들의 사기 진작과 기강 확립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회사가 위기를 맞았다고 해서 무턱대고 조직을 흔들거나 비현실적인 장미빛 전망에 의존하는 대신 실질적인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다는 뜻

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직원들의 사기가 예전보다 많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라며 "회사내에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구 부회장 특유의 '뚝심 경영' 스타일과 '오너 리더십' 효과가 구성원들의 '위기 의식'과 맞물려 이같은 현상을 빚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해외 출장을 다녀온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 현지 법인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를 해보니 예전과는 '눈빛부터' 달라졌더라"며 "부회장 취임 이후 '한번 잘해보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같은 변화는 구 부회장이 취임 이후 국내외 사업장에 동일하게 전달한 두 가지 메시지 때문이었다.

구 부회장이 우선적으로 강조한 것은 '성과에 대한 철저한 보상'. 이는 과거 남용 부회장 시절 잦은 임원급 외부 인사 영입으로 '열심히 일해도 승진하기 어렵다'라는 의식이 확산되며 임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는 판단에서였다. 남 부회장 재직 당시 영입된 외국인 임원은 부사장 6명을 포함해 수십명에 이른다.



또다른 LG전자 관계자는 "구 부회장 취임 직전까지 회사 내에서 지나치게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낭비를 줄이자며 직원들을 채근하다보니 '조직 피로도'가 극도로 높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부회장의 메시지는 이같은 후유증을 해소하기 위한 일종의 처방"이라고 말했다.

이는 과거 구성원들의 사기와 회사의 실적 간 상관관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LG전자는 김쌍수 부회장 재직 초기 '혁신'을 내세우며 실적이 크게 올랐으나, 이후 조직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실적이 떨어지는 결과를 경험한 바 있고, 이같은 패턴이 남 부회장 시절에도 되풀이됐다.

구 부회장이 메시지를 통해 전달한 두번째 지침은 남 부회장 시절 마케팅 중심의 경영에서 탈피해 R&D(연구개발), 생산 등 모든 사업분야도 동등히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한다는 것이다.

LG(003550) 관계자는 "성과에 대한 보상, 모든 사업분야에 대한 동등한 대우 등이 약속되면서 임직원들의 사기가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LG전자(066570) 구본준호(號)의 앞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특히 지난 3분기에 적자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고, 흑자전환도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구 부회장의 행보에서는 결코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부회장의 스타일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하고 면밀한 준비를 해야한다. 대신 실행은 빠르고 독하게 해야한다'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비전을 제시하는 등의 장기적인 과제는 아직 시기상조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가 흑자전환 등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투자비용을 꾸준히 유지하겠다는 것도 구 부회장의 이같은 생각에서 비롯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