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산업장관들 우려 "보조금 지원 中 반도체, 韓 덮친다"

by김정남 기자
2024.10.14 14:00:00

역대 산업장관들, 한경협 대담서 한목소리
"반도체 보조금 지원, 개별 기업 혜택 아냐"
"메모리마저 정부 등에 업은 中 추격 받아"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반도체 지원을 단순히 개별 기업에 대한 혜택으로 봐서는 안 된다.”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

“정부는 다른 국가들보다 빠른 속도로 반도체 지원을 전폭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대 산업부 장관들이 한국의 반도체 강국 지위를 지키려면 기업의 과감한 혁신과 함께 정부의 전방위 지원이 시급하다는게 한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개최한 특별 대담에서다. 특히 천문학적인 직접 보조금을 등에 업고 성장하고 있는 중국 반도체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이윤호 전 장관은 1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경협 개최 특별 대담에 나와 “미국, 중국, 일본이 막대한 반도체 보조금 지원을 결정한 것은 반도체가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라며 “현대 군사 기술의 90% 이상이 반도체 기술에 의존하는 등 반도체 산업은 국가 안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단순히 개별 기업에 대한 혜택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진 왼쪽부터)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 이창양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 성윤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종호 전 과학기술통신부 장관이 14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역대 산업부장관 초청 특별대담’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경협 제공)


심각한 전력 수급 문제도 지적됐다.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은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 인력, 자금력, 전력, 데이터 등 네 가지 필수 전제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오는 2030년께 현재 발전 용량(지난해 기준 약 144GW)의 50% 이상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윤 전 장관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만 최소 10GW 전력이 필요하고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만 49GW에 달할 것”이라며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체되고 있는 송전망 건설을 조속히 완공하고 신규 원전 건설과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조기에 상용화해야 한다”고 했다.



성윤모 전 장관은 반도체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대해 다른 국가들보다 빠른 속도로 양질의 다양한 지원을 전폭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며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육성은 물론이고 일본 수출 규제 대응을 통해 마련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창양 전 산업부 장관은 “PC와 모바일 시대를 거쳐 인공지능(AI) 시대로 진입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제품 수요와 기술 변화, 기업의 경쟁력 판도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경영 판단, 기민한 대응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효과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민간이 할 수 없는 전력, 용수 등 인프라와 인력 확보에 정부의 정책 노력이 절실하다”고 했다.

특별 초청 자격으로 대담에 나선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산학연 협력을 통해 AI의 엄청난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저전력 반도체 기술 개발이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대학과 기업의 연구개발(R&D)을 위한 컴퓨팅 인프라 구축과 지원이 시급하고 AI 관련 기업 지원 펀드 조성 역시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직 장관들은 특히 한국이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한 메모리 반도체 역시 중국 등 후발주자로부터 추격 받을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현재의 2D 스케일링(D램 성능을 향살시키는 기술)에 기반한 D램 성능 향상 추세가 향후 5년 내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며 “수직 구조 낸드플래시와 유사한 적층형 3D D램 구조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내 시스템 반도체의 더딘 발전과 메모리 경쟁력 저하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불안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며 “국가적인 지원에 힘 입은 중국 반도체 기업의 메모리 진출은 향후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적인 지원과 학계·산업계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게 황 교수의 설명이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미국, 중국, 일본 등은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자국 기업과 현지 투자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보조금, 직접환급제도(Direct Pay) 등의 도입을 적극 고려해야 할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