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의료사고·페미’ 네이버 검색어 노출제외 천태만상

by이대호 기자
2021.12.23 14:38:48

KISO, 외부 전문가 검증보고서 발간
“왜곡 의심할만한 사정 발견되지 않아”
주로 당사자요청 명예훼손 호소 노출제외 많아
페미니스트 등 시대적 상황 따라 의미 변할 수도
광고성 검색어 늘자 검색 제외도 20% 증가

23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발간한 네이버 검색어 검증 보고서 갈무리


[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23일 네이버 검색어 검증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해 상·하반기 3개월씩, 검색 결과 상단에 나오는 연관검색어와 검색어 입력 시 노출되는 자동완성검색어 두 축으로 검증했다. 현재 외부 전문가 집단에 의뢰해 검색어 검증을 받는 곳은 네이버(035420)가 유일하다. 자의적 개입이나 조작의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재신 중앙대학교 교수 등 4인은 “검증 작업에서 대상 기간 동안의 노출제외 검색어 조작이나 왜곡을 의심할만한 특별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냈다. 여기에 ‘공적 사안’에 해당하는지 노출제외 기준을 살펴보는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는 제언을 추가했다. 검색어는 수시로 변하는 사회의 관심사를 반영한다. 일률적 잣대를 들이대기가 쉽지 않다. 동태적 관점에서 전문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연관검색어 부문 제외 처리된 가장 큰 검색어 비중은 ‘명예훼손 및 사생활 침해’다. 전체 5817건 중 3434건(59.03%)을 차지한다. 자동완성검색어 현황에서도 마찬가지다. ‘명예훼손 및 사생활 침해’가 전체 631건 중 422건(66.88%)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명예훼손 관련해 당사자 제외 요청만 받아들이고 있다. 주로 코로나19 대응 관련한 지역 및 종교 관련 노출제외가 많았다. N번방 사건이 이슈가 됐고 연예인 성명의 노출 제외도 대부분 사례로 파악됐다.



‘OOO성형외과’-‘성형외과 대리수술’-‘코수술 뇌사’ 등 의료사고 관련해서도 당사자 요청에 따른 노출제외가 확인됐다. 보고서에선 “연관검색어들이 언론보도 등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고 있는 내용인지를 확인하며 그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 노출제외 처리한다”는 네이버 입장을 전하고 “소비자 권리 관련해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특정인물+페미(니스트)’ 관련 검색어도 노출제외가 다수 확인됐다. 당사자가 정신적 피해와 작품 활동이나 캐스팅 등에 심각한 피해발생을 호소할 경우 노출제외로 처리했다. 보고서에선 “시대적 상황에 따라 문제가 된다는 단어의 조합만으로 사용자 제외요청이 들어오면 삭제하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날 수 있다”며 “적극적인 논의와 이를 바탕으로 한 합의가 필요한 지점”이라고 엄격히 볼 것을 당부했다.

‘어뷰즈’ 검색제외도 상당 비중 차지했다. 어뷰즈는 광고성 검색어 등 검색 오용 사례를 말한다. 연관검색어 현황에서 2018년 0건이었다가 2020년 1177건(20.23%)으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선 급상승검색어 서비스에 집중됐던 어뷰즈 사례가 확대된 것으로 봤으나, 실제론 네이버가 제외처리를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생겨난 변화가 크다. 신고 접수 후 제외처리를 어뷰즈에 역이용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어, 2020년엔 신고 접수 건수까지도 포함했다는 게 네이버 설명이다.

어뷰즈 제외처리 관련 네이버 자체 판단은 0건으로 외부 신고 처리 건수만 확인됐다. 네이버는 올해 2월 급상승검색어를 폐지했다. 내년 발간할 보고서에서 연관·자동완성검색어로 어뷰즈 확대 영향이 있는지 확인이 가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