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사고’ 정비용역업체 대표, 항소심도 집행유예

by박순엽 기자
2019.08.22 13:39:12

사고 당시 정비용역업체 대표, 징역 1년·집유 2년
재판부 "피고·검찰 항소 모두 기각 결정…원심 적정"
"안전 중시 사회적 공감대 조성되지 않은 현실 고려"

2016년 5월 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김군의 3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5월 27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 승강장에 시민들이 쓴 추모의 메모가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2016년 발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정비용역업체 대표가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 동부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유남근)는 21일 오전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스크린도어 정비용역업체 은성PSD 이모(65) 전 대표의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00시간 명령을 선고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6월 1심 판결에서도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전 대표가 서울 중앙지법에서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형을 확정 받았다”며 “이 사건과 경합범 관계로 원심을 유지할 수 없어 파기한다”고 설명했다.

함께 기소된 서울메트로 이정원(55) 전 대표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은성PSD 법인 등에 대해선 항소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1심에서 이 전 대표는 벌금 1000만원, 은성PSD 법인은 벌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2016년 5월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사망 사고를 유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은성PSD 직원 김모(당시 19세)군는 스크린도어를 홀로 정비하다 들어오는 열차에 치여 숨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군이 열차 진입을 인지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선로 내 작업을 강행한 사정 등 개별적 원인도 존재한다”면서도 “구조적 원인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로부터 발생한 작업 수칙 위반, 작업 인원 숙련도 부족이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 됐으므로 피고인들의 항소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소 기각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검찰 측 항소이유서는 처벌 법규를 근거 없이 확대했다”면서 “각 피고인에 대한 원심 양형은 적정하게 결정했다고 판단된다”고도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비용 증가를 감수하더라도 안전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조성되지 아니한 현실을 인지해야 한다”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로서도 사고 발생 위험으로 열차 진입 등 이용이 지체되는 것을 수용하여야 함에도 사회적 현실은 그와 같은 수용이 쉽지 않은 것도 양형 요소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군에게 역사 작업 신청일지 작성을 요구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당시 구의역 부역장 김모(61)씨 등 2명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또 당시 서울메트로 기술본부 이모씨 등 2명에게는 정비원 안전교육 일부 미실시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해 각각 벌금 800만원과 1000만원을, 안전관리본부장 정모씨에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인력 충원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를 유발한 혐의로 기소된 서울메트로 소속 최모씨 등 2명에게는 김군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