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조직이냐 인사권자냐…청문회 앞둔 윤석열의 딜레마

by노희준 기자
2019.06.18 14:56:54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딜레마
청문회 전까지 답변 피하면서 모호성 유지 전망
총론 찬성·각론 문제점 지적하는 입장 비칠 듯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개혁을 완수하라는 정부를 대변할 것이냐, 검찰수장으로서 정부의 수사권 조정안에 반대하는 검찰 조직을 대변할 것이냐. 문무일 검찰총장 후임으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놓인 최대의 과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두번째 검찰총장 후보자로 윤 후보자를 지명했다. 이는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자는 조직 안정보다는 파격을 통한 검찰 쇄신의 필요성을 함축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서열을 중시하는 검찰 조직에서 문 총장보다 사법연수원 기수가 다섯 기수가 낮은 데다 고등검찰청장을 거치지 않는 등 일반적인 승진 경로에서 벗어난 인물이다. 보통 후임 검찰총장은 전임 검찰총장보다 한두 기수 낮은 게 관행이었다.

따라서 이런 의중을 드러낸 대통령의 선택을 받은 윤 후보자가 인사권자의 국정철학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정면으로 수사권 조정에 반대하는 것은 항명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주요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제는 윤 후보자가 검찰 조직의 수장이라는 점이다. 검찰은 정부 수사권 조정에 대해 전반적으로 비판적이다. 문 총장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수사권 조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는 검찰의 보편적인 생각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윤 후보자는 그간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적은 없지만 현재 안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이 모든 사건에 대한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갖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수사권 조정에 대한 윤 후보자의 소신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과 맞는지를 두고 송곳 검증이 여야 모두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자가 수사권 조정의 큰 방향에서는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되 세부안에서 다른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현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 내부에서 용납 못 하는 내용이라 윤 후보자가 그대로 받으면 검찰 내 리더십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윤 지검장은 청문회 전까지 모호성을 유지하다 청문회장에서 개혁의 전체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각론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모호하게 넘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윤 후보자는 말을 아끼고 있다.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자 그는 수사권 조정에 대한 입장울 묻은 질문에 “나중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