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탐사견, 흑화한 어린왕자를 만나다…어른 동화 표방 '라이카'
by김현식 기자
2025.04.09 12:00:00
창작 뮤지컬 '라이카' 초연 개막
'여신님이 보고계셔' 한이박 트리오 신작
5월 1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최초의 우주탐사견과 ‘흑화’한 어린왕자의 만남이라는 신선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창작 뮤지컬이 막을 올렸다.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는 ‘라이카’다.
 | (사진=라이브러리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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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는 냉전 시대였던 1957년 소련이 라이카라는 이름을 붙인 탐사견을 스푸트니크 2호에 실어 우주로 보낸 실화에서 착안해 창작한 작품이다. 실제로 라이카는 과열된 우주선 안에서 질식사하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했으나, 뮤지컬에선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 속의 B612 행성으로 향해 인간과 닮은 존재가 되어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다.
작품의 주인공 라이카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인간인 소련 항공의학연구소 소속 연구원 캐롤라인과의 재회를 위해 지구로의 귀환을 꿈꾼다. 인간을 혐오하는 어른으로 성장해 지구를 부숴버리려는 계획을 세우는 어린왕자는 그런 라이카를 만류한다. ‘라이카’는 두 주인공의 갈등과 성장을 주 내용으로 다루면서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 인간다움의 이상향 등에 관한 고찰거리를 던진다.
이 작품은 ‘여신님이 보고 계셔’, ‘레드북’, ‘쇼맨: 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 배우’ 등 다수의 뮤지컬을 합작해 ‘한이박’ 트리오라는 별칭을 얻은 한정석(작가), 이선영(작곡가), 박소영(연출)의 신작이다. 세 사람은 지난 7일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진행한 라운드 인터뷰에서 ‘라이카’를 통해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 왼쪽부터 이선영, 한정석, 박소영(사진=라이브러리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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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라이카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는 한정석은 “라이카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보며 작품을 구상했고, 우주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극본을 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손해 보는 걸 싫어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당연해진 시대에 더 나은 태도를 위해 노력하는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통해 울림을 주고 싶었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기다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어린왕자’를 접목한 이유에 대해선 “소설 속 어린왕자가 여우와 대화를 나눌 때 등장하는 ‘길들인다’는 표현이 탐사견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과 잘 맞아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대는 증기기관과 같은 과거 기술이 크게 발달한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 하위 장르인 ‘스팀 펑크’를 콘셉트로 잡고 꾸몄다. 박소영은 “우주를 주 무대로 하는 작품이다 보니 고민이 많았다”며 “지금 시대가 생각하는 미래의 모습이 아닌 스푸트니크 2호를 쏘아올릴 당시 시대를 살아가던 이들이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을 만화틱하고 키치하게 표현해 어른 동화 같은 느낌을 내고자 했다”고 밝혔다.
작품의 넘버는 26곡으로 다채롭고 풍성하게 구성했다. 이선영은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음악에 잘 담아내는 데 작업의 중점을 두며 각 장면에 어울리는 곡을 쓰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미와 바오밥 나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장면의 넘버는 자연하면 떠오르는 원시적인 사운드를, SF물 특징이 드러나는 장면의 넘버는 신시사이저 소스를 주로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라이카’ 공연은 오는 5월 18일까지다. 출연진에는 박진주·김환희·나하나(라이카 역), 조형균·윤나무·김성식(왕자 역), 서동진·진태화·한보라(장미 역), 한보라·백은혜(캐롤라인/로케보트) 등이 합류했다. 한정석, 이선영, 박소영은 초연작인 만큼 관객 반응을 유심히 살피며 작품을 더욱 발전시킬 방안을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