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리 "2천명 증원은 최소 숫자…의료개혁, 마지막 골든타임"

by이지은 기자
2024.03.20 14:00:14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담화문 발표
"내년 2000명 증원해도 교육여건 충분히 수용 가능"
"2000년 의약분업 반복 없다"…의료개혁 4대과제 추진
“의료계 집단행동 한 달째…환자 곁 돌아와달라"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20일 의과대학 2000명을 증원을 추진하는 정부의 방침과 관련해“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최소한의 숫자”라고 강조했다. 또 “지금은 의료개혁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정부는 오직 국민만 바라보며 임무를 완수하겠다”고 피력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총리실 영상회의실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 총리는 이날 이날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발표한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교육 여건과 지역 의료 현실을 감안해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정했고, 내년부터 2000명을 증원하더라도 우리나라 의대의 교육여건은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총리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이번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시작되기 전에도 우리 국민들은 소아과 오픈런, 수도권 원정치료 등으로 오랫동안 불편과 고통을 겪으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이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범 직후부터 핵심 국정과제로 의료개혁을 추진해왔고, 우리 의료 시스템의 모순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의료계와 130번 넘게 만나 폭넓게 제언을 들었다”며 “인구 변화와 사회 변화, 의학의 발달 등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할 때 의사 인력 자체를 충원하는 작업 없이는 국민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충분히 공급하는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는 한의사를 포함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에서 두 번째, 한의사를 제외하면 OECD 최하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와 보건사회연구원, 서울대 등은 2035년에는 의사가 1만명 부족할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 총리는 “2035년 우리 국민의 30%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되며, 이들의 입원 수요는 30∼40대에 비해 11배 이상 높아 앞으로의 의료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의사인구 20%도 70대 이상 고령이 되는 만큼 절대적인 의료인 부족은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증원 규모를 최종 결정하기에 앞서 전국의대의 교육여건과 희망인원을 여러 차례 협의하고 직접조사도 했다”며 “2000명을 증원하더라도 현행 법령상 기준 뿐 아니라, 의학교육 평가인증원의 인증기준을 준수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학생 수가 너무 많아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의료계의 반발에 대해서는 “현재 규정상 의대교수 한 명당 학생 수는 8명이지만, 전국 40개 의대의 평균은 1.6명에 불과하고 심지어 0.4명인 곳도 있다”며 “미국 의대는 한 학년이 평균 146명 규모이고, 독일은 243명, 영국은 221명인 반면, 우리는 77명이라 2000명 증원하더라도 127명에 그친다”고 반박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의정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15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공공의료 기관인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의료원 응급실을 찾아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는 2000년 의약분업을 타산지석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다. 당시 의료계의 반발에 밀려 의사 정원을 351명 감축했는데, 그게 현재의 분란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한 총리는 “그때 351명을 감축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 6600명의 의사가 추가로 확보됐을 것이며 2035년에는 1만명이 넘는 의사가 배출됐을 것” 이라며 “정치적 손익에 따른 적당한 타협은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는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만명은 지금부터 200명을 증원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바로 그 규모”라며 “지금의 혼란과 국민들이 겪는 고통에도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를 달성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역설했다.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의료개혁 4대 과제를 함께 실행해 양과 질을 모두 개선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우선 올해 1조원을 투입해 필수의료 수가를 인상하고, 향후 5년간 10조원 이상을 더 투자하기로 했다. 필수의료 분야를 중심으로 전공의 수련비를 지원하고 연속근무 시간을 줄이는 시범사업에도 착수한다.

한 총리는 “의대 증원은 의료개혁을 위한 필수조건일 뿐 충분 조건은 아니다”라며 “필수의료분야의 의료인들이 가치에 걸맞게 정당하게 보상받고 보람있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지역의료 강화 역시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의 또 다른 한 축이다. 한 총리는 “늘어나는 2000명의 정원을 비수도권 의대와 소규모 의대, 지역 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 의대에 집중 배정하고 신입생은 지역인재 전형을 적극 활용해 선발하겠다”며 “국립대 교수 1000명 신규채용을 포함한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도 신속히 실천에 옮기겠다”고 말했다.

전공의를 중심으로 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되고 있는 11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의료 현장의 상황 청취를 위해 서울 영등포구 뇌혈관전문인 명지성모병원을 방문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총리는 “의대 증원에 반발하며 시작된 의료계의 집단 행동이 한 달을 채워가고 있다”며 “그동안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차질없이 유지하는 한편, 국민들께 약속드린 의료개혁을 속도감 있게 실행해나가는데 전력을 기울여 왔다”고 돌아봤다.

그는 현장을 지키고 있는 전문의와 전공의, 간호사, 병원관계자들에게 “여러분 덕분에 비상의료체계가 유지되고 있다. 국민을 대표해 감사드린다”며 “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도록 저를 포함한 공직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원 현장을 떠난 전공의와 교실을 비운 의대생에게는 “하루 빨리 환자 곁으로, 학교로 돌아와달라”며 “대화의 창구는 언제나 열려있고, 정부는 여러분의 의견을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집단행동 움직임이 일고 있는 의대 교수들에게는 “제자들을 환자 곁으로 다시 불러달라”고 호소했다.

한 총리는 “전공의도, 의사도, 환자도, 다 같은 국민”이라며 “서로의 입장은 다르지만 지금의 어려운 상황이 조속히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 똑같다고 생각하고 지금의 상황이 하루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정부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