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62조원 규모 반도체법 합의…"점유율 20%까지 확대"
by장영은 기자
2023.04.19 15:27:46
미·중 이어 유럽도 반도체 공급망 강화에 대규모 예산
10% 불과한 점유율 2030년까지 20%로 확대 목표
국내 기업 영향 제한적…소재·부품 업체엔 기회요인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유럽연합(EU)이 18일(현지시간) 역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해 430억유로(약 62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내용의 ‘반도체법’(Chips Act) 시행에 합의했다. 미국과 중국이 앞다퉈 자국 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나선 가운에 세계 3대 반도체 소비 시장인 EU도 자급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 EU는 18일(현지시간) 역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해 430억유로의 예산을 투입하는 반도체법에 대한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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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반도체법에 대한 정치적 합의를 이룬 것을 환영한다며, 이 법이 전략적 분야에서 유럽의 경쟁력과 복원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법은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집행위)와 27개국을 대표하는 이사회, 유럽의회 간 3자 협의에서 합의됐다. 이후 유럽의회와 이사회의 표결을 각각 통과하면 시행된다.
EU는 디지털 경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 공급의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이번 법안을 추진했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 기간 동안 반도체 공급난을 겪으면서 생산은 아시아에 기술은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됐다는 설명이다.
반도체법을 통해 EU는 역내 제조활동을 강화하고 유럽의 반도체 설계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한편, 공급망을 전반적으로 확대하고 혁신할 계획이다. 현재 10% 수준인 반도체 공급망 점유율을 2030년까지 2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다. EU는 세계 반도체 수요의 20%를 차지하는 세계 3대 소비시장이지만 생산 역량은 부족한 상황이다.
반도체법은 △연구소에서 생산시설로의 기술 이전 촉진 △생산설비에 대한 공공 및 민간 투자 장려 △수요 예측·공급망 모니터링 등을 위한 회원국 간 협력 강화의 3가지 큰 기둥으로 이뤄져 있다.
각국은 팬데믹 이후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 8월 총 520억달러(약 69조원)의 보조금 지원 등을 담은 반도체 지원법(CHIPS)을 제정했으며, 중국은 2014년부터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고 450억달러(약 59조원) 규모의 국가 집적회로 산업투자펀드를 설립했다.
EU는 “반도체는 디지털 전환의 기본으로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통신, 엣지 컴퓨팅 등의 현대 기술은 반도체 수요의 급증을 촉진해 공급망 압박이 가중될 것”이라고 봤다. 또 “반도체는 강력한 지정학적 이익의 중심에 있으며, 군사·경제·산업 분야에서 국가의 행동 능력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반도체 공급난을 겪은 미국과 유럽은 자국 내 생산설비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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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미국 반도체 지원법과 달리 EU 반도체법이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역외 기업에 대한 명시적 차별 조항이 담겨 있지 않고, EU엔 한국 반도체 제조설비가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직접적으로 법 조항을 적용받을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EU 내 반도체 생산설비 확충으로 국내 관련 소재·부품·장비의 수출 기회 확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왔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의 경우 보조금을 받은 기업에 대한 기밀정보 요청이나 초과이득 환수, 중국 등 비(非)우호국에서의 사업 제한 등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와 같은 국내 반도체 기업에 독소 조항이 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앞으로 국내 반도체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법안 최종 확정 때까지 남은 입법절차 진행 과정을 상세히 모니터링하고 업계에 끼칠 영향을 분석해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EU 당국과도 우리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기회 요인은 극대화할 수 있도록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EU 집행위는 지난달 유럽 내 친환경 투자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규정을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전기차·배터리 공급망 강화를 위한 지원책을 포함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한 데 대응한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미래 핵심 산업 분야에서 공급망 주도권을 잡으려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