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혜선 기자
2022.06.30 14:09:56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부모님 집에서 떠나 자취를 시작한 청년들은 ‘건강보험 우편’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동안 직장에 다니는 부모님 밑에서 피부양자 자격으로 국민건강보험을 이용하다가, 다른 곳으로 이사가는 순간 ‘지역 가입자’ 대상자가 되어 건강보험을 납부하라는 안내장이 날아오는 것이죠.
물론 별다른 소득이 없는 대학생들은 ‘건강보험 추가증 발급’을 통해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죠. 건강보험증 추가발급 신청서와 재학증명서, 가족관계 증명서 등 몇가지 서류를 보내면 피부양자 자격으로 건보료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지난 29일 정부에서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개편했습니다. 개편 핵심은 건강보험 부과 체계의 ‘형평성 강화’로 요약됩니다. 부모님 아래 피부양자로 등록된 고령층 및 성년 자녀들이 있는데 기존에는 연소득이 3400만 원 초과하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건보료를 따로 냈습니다. 이 범위를 ‘연소득 2000만 원’으로 축소한 것입니다.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결정하는 방법도 바뀌었습니다. 기존에는 소득에 비례해 보험료를 내지 않고 ‘등급제(97등급)’로 건보료를 매겼는데 소득 일정 비율(올해 기준 6.99%)을 보험료로 산정하기로 한 것입니다. 지역가입자에 부과하던 재산 기준(부동산·자동차 등)도 공제액을 확대해 부담을 줄이기로 했습니다. 기존에는 재산에 따라 차등으로 500~1350만 원을 공제해줬는데, 일괄로 5000만 원 확대해주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역가입자의 65%의 월평균 건보료가 3만 6000원 축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저임금 오른 알바생, 건보료 얼마나 낼까
다시 ‘피부양자 박탈’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이제 연소득 2000만 원을 넘으면 무조건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건보료를 내야 합니다. 내년 최저임금은 9620원으로, 월급 200만 580원(월 209시간 기준)을 받는다면 올해 건보료 비율이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건강보험료 월 13만 9840원을 내야 합니다.
물론 월급을 받을 정도로 정기적으로, 또 주 15시간 이상 일한다면 ‘직장 가입자’로 들어가는 것이 원칙입니다. 직장가입자는 회사와 근로자가 절반씩 보험료를 나눠 내니 부담이 좀 덜 할겁니다. 하지만 3.3%의 소득세를 제하고 급여를 받는 ‘프리랜서’ 알바생이라면 소득을 계산해 피부양자 자격에서 벗어나지는 않는지 잘 살펴봐야겠습니다.
이번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으로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는 인구는 약 27만 3000여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정부에서도 덮어두고 건보료를 내라고 몰아붙이지는 않습니다. 지역가입자 전환 대상에게는 향후 4년간 지역가입자 건보료를 깎아주기로 했습니다. 1년차에는 80%, 2년차 60%, 3년차 40%, 4년차 20%로 말이죠. 내년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프리랜서 알바생이라면, 월 2만 7960원 정도를 내겠네요. 실제로 정부 추산 시 새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피부양자들은 월 평균 3만 원의 보험료를 납부하게 됩니다. 4년 동안의 보험료 할인이 끝날 때까지 최고 14만 9000원의 보험료를 내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