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복되는 생활가전 분쟁... '약자 코스프레'는 그만

by김정유 기자
2017.01.12 10:36:04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연초부터 직수형 정수기 모방 논란으로 국내 생활가전업계가 떠들썩하다. 서로를 비방하는 행태가 빈발하고 심지어 제품을 직접 제조하는 협력사까지 나서는 등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서로 물고 뜯으면서 자신들의 부끄러운 민낯도 함께 드러내고 있다.

생활가전업계의 제품 모방 논란은 과거에도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2013년에는 에어워셔가 ‘핫 아이템’으로 부상하자 당시 제습기 제조업체 위닉스와 김치냉장고 ‘딤채’로 유명한 위니아만도(현 대유위니아)가 이를 두고 특허권 침해 분쟁을 일으켰다. 이들 업체는 특허권 침해로 1년간 법정다툼을 벌이다 결국 서로를 인정하기로 합의하고 분쟁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에어워셔 시장은 이후 더 이상 크지 못하며 답보 상태에 빠졌고 두 업체는 서로에게 생채기만 남겼다. 이후 2014년에도 동양매직(현 SK매직)과 코웨이의 초소형 정수기 디자인 침해 분쟁, 쿠쿠전자와 쿠첸간 전기밥솥 특허 분쟁 등 비슷한 형태의 분쟁들이 잇달았다. 이제는 이런 논란 자체가 무덤덤해질 정도로 반복되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분쟁 과정에서 일부 기업들이 본인들을 자칭 ‘약자’로 지칭하고 ‘대기업·중소기업간 분쟁’으로 초점을 맞추려고 시도한다는 점이다. 최근 교원그룹과 직수형 정수기 모방 분쟁을 일으킨 안마의자업체 바디프랜드도 처음 문제를 제기할 당시 “대기업인 교원이 중소기업 시장을 침탈한다”며 여론 몰이에 나섰다. 교원그룹이 그룹 매출 1조원 이상의 중견기업이긴 하지만 생활가전부문 매출은 약 1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바디프랜드는 연매출 3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는 업체다. 생활가전분야에 있어서는 누가 중소기업이고 대기업인지 구분이 모호한 게 사실이다. 정말 제품을 도용했다는 확신이 있다면 ‘팩트’로 접근을 해야한다. 주변 여론만 몰아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밖에 없다. 중소기업이라고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더 이상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말도 안 되는 일부 중소기업의 ‘약자 코스프레’ 정도는 쉽게 간파한다. 해당 업체의 후진성만 드러내는 꼴이다. 물론 소모적 분쟁을 피하는 것이 좋지만 그것이 안 된다면 여론보다는 법과 상식으로 차근차근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