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입법독주에 대통령실 "국정 파괴행위 중단하라"

by박종화 기자
2024.11.29 16:12:25

감사원장 탄핵 추진에 "헌법질서 근간 훼손"
상설특검 규칙 개정에도 "명백한 위헌"
예산안 자동부의 폐지·농업 4법엔 거부권 예고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야당의 입법 독주에 대통령실이 강경한 맞대응을 예고했다. 연말 대치 정국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29일 “야당은 민생을 철저히 외면한 채 전대미문의 입법 폭주와 탄핵 남발로 국정을 파괴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 달라”며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야당을 국민 여러분이 엄중히 심판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관저 이전 의혹에 대한 부실감사와 국정감사 위증을 이유로 다음 달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 대변인은 “야당의 감사원장 탄핵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헌법 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직무 독립성이 있는 감사원에 대해 야당의 입맛대로 감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감사원장을 탄핵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탄핵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관련 상설특검 후보 추천에서 여당을 배제하려는 야당 움직임에도 반발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전날 대통령과 그 가족이 연루된 상설특검 수사의 경우 특별검사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여당의 후보 추천권을 박탈하도록 하는 특검 후보 추천 규칙 개정안도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을 재표결에 부칠 예정인데 부결된다면 상설특검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 개별 특검법과 달리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은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정 대변인은 “국회 추천 (후보추천위원) 네 명을 모두 자신들의 꼭두각시로 임명함으로써 민주당 마음대로 특검 후보를 추천하고 민주당이 수사와 기소를 독점해 자신만의 검찰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행정부의 수사 및 기소권, 대통령의 임명권을 침해해 삼권분립에 위반하는 명백한 위헌”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야당이 상설특검 후보를 추천해도 윤 대통령이 임명을 미룰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은 야당이 강행 처리한 다른 법안들에 대해서도 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예산안 자동부의 제도를 폐지하는 국회법 개정안과 국회 동행명령권을 확대하는 증언감정법, 농업 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여당은 법정 시한(11월 30일)까지 국회가 예산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예산안 원안과 세입부수법안을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는 제도가 폐지되면 거야에 밀려 예산안 처리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농업 4법은 과잉 생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게 여당 논리다.

여당은 이들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윤 대통령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위헌·위법적인 법률에 대해선 대통령실은 타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예산안 자동부의 폐지에 대해선 “헌법이 정한 예산안 처리 기한을 지키지 않겠다는 반헌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횟수는 31회로 늘어난다.

다만 대통령실도 대치 정국이 마냥 편한 건 아니다. 대통령실은 국무총리 교체를 포함한 개각을 준비하고 있는데 야당과의 관계가 얼어붙으면 인준을 받는 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연금·노동개혁 등에 필요한 핵심 법안이 국회 문턱을 못 넘을 수 있다는 것도 부담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