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배상비율 30~65% 결정에…은행권 ‘표정관리’, 투자자 ‘분개’
by정두리 기자
2024.05.14 15:15:29
은행권 “자율배상 조정 속도 기대감…책임 다할 것”
대표사례 한계점 있어 실제 배상땐 마찰 가능성도
투자자 “용납할 수 없는 배상비율…집단소송 불사”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의 은행권 불완전판매 대표 사례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통해 투자자 손실 배상비율을 최저 30%에서 최대 65%로 결정하면서 은행들의 자율배상 작업도 속도를 낼지 이목이 쏠린다.
은행들은 본격적인 배상을 위해 뚜렷한 입장 표명없이 ‘표정관리’에 나선 반면, 투자자들 사이에선 분조위 결정에 반발하며 집단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어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 홍콩ELS사태피해자모임 관계자들이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주요 판매 은행 5곳과 분쟁조정위원회를 열로 홍콩 ELS 대표사례를 한 건씩 선정해 분석했다.
은행별 기본배상비율은 설명의무·적합성 원칙·부당권유 금지 등 판매원칙 3개 중 설명의무만 위반했을 경우 20%를 적용하고, 3개 항목 위반은 최대 40%가 적용되는데, 모든 판매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해 기본적으로 20% 배상 비율이 적용됐다. 여기에 투자자별 가감 요소와 공통·기타 조정 등을 고려해 최종 배상 비율이 정해졌다. 특히 투자자가 금융 취약계층인지, 금융회사의 자료 유지 및 관리 부실 등을 따진 투자자별 고려 요인으로는 ±45%포인트가 배상비율에 가감된다.
사안별로 살펴보면 암 보험 진단비를 정기예금에 넣으려는 고객에게 ELS를 권유한 KB국민은행 사례는 60%, 가입 서류에 실제 서명 대신 ‘서명’이라는 글자만 기재한 신한은행 사례는 55% 배상 비율이 결정됐다. 70대 고령자의 청약저축 해지 자금으로 ELS에 투자하도록 권유한 NH농협은행은 65% 배상 비율이 제시됐다. 고객에게 손실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투자 목적 및 경험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ELS를 권유한 하나·SC제일은행도 각각 30%와 55%의 배상 비율이 결정됐다.
은행권은 이번 발표 이후 은행권 ELS 배상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본격적인 배상을 위해 분조위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렸던 만큼 향후 금융소비자와 판매기관의 자율조정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면서 “은행별 대표사례, 가산비율 등을 명시한 만큼 은행들의 배상 비율 산정에 대한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분조위 결과가 5곳 은행의 대표사례를 한 건씩 선정해 분석한 것에 그쳐 투자자들에게 되레 혼동을 줄 여지도 있을 수 있다. 이번 발표가 평균배상비율이 아닐 뿐더러 개인별로 배상 비율은 사안별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이날 발표된 사항은 대표사례라는 한계점은 있다 보니 향후 실제 배상이 진행되면서 개별 투자자들과의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완전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배상이 진행되면서 추이를 살펴야 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분조위 및 진행중인 자율배상에 있어 투자자보호의무를 이행하고 고객들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모든 책임을 다할 예정”이라고 했다.
반면 투자자들은 분조위 결과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집단소송 움직임이 감지된다.
길성주 홍콩ELS 피해자모임 위원장은 “은행별 기본배상비율에서 1개 항목은 위반은 20%인데, 3개 항목 위반은 최대 40%로 책정된 것은 바겐세일도 아니고, 무슨 근거로 결정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앞으로 국회 정무위 의원들과 힘을 모아서라도 목소리를 낼 것이며, 집단소송까지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영대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는 “기본 20% 배상에서 차감요인 등을 반영하면 0~5%대가 나올 수 도 있다는 것인데, 투자자 입장에선 용납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추가 고발을 통해서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분쟁조정은 신청인과 판매사가 조정안을 제시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수락하는 경우 조정이 성립하며 이는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나머지 조정대상에 대해서는 앞서 발표된 ELS 분쟁조정기준에 따라 자율조정 등 방식으로 처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