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높은 ‘오세훈표 재건축’..절차·기준 미흡해 현장은 혼란

by강신우 기자
2021.11.16 15:41:17

신통기획 재건축 주먹구구 행정 논란
신청주체도 절차도 심사기준도 없어
市 “허들없이 신청 단지 모두 검토”
"신청단지 주민 대표성은 전제돼야"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신청절차 등에 관한 안내 공고문이 원래 없나요?”

오세훈 서울시장.(사진=연합뉴스)
오세훈표 재건축인 신속통합기획(신통) 재건축 사업에 참여하려는 단지들이 쇄도하면서 일부 단지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사업 신청주체나 주민동의율, 심사기준 등 어느 하나 명확한 기준이나 안내가 없어 ‘주먹구구식’ 행정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서울시와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여의도동 시범아파트(1971년 준공·1584가구)와 대치동 한보미도맨션(1983년·2436가구)에 이어 여의도삼부·한양·대치동 은마·선경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신통재건축 사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여의도 한양은 단지 내 곳곳에 ‘신통기획은 재건축 기간을 2년 이상 단축할 수 있다. 우리도 동참하자’ ‘신통기획은 100% 민영주도 재건축 사업이다’ 등의 현수막을 내 걸고 주민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강남 재건축의 바로미터인 은마아파트도 소유주 모임인 ‘은마반상회’를 중심으로 신통기획 신청을 위한 동의서 접수를 시작했다.

서울 여의도한양아파트 단지 내 ‘신속통합기획에 동참하자’는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여의도한양)
이들 단지는 이미 재건축의 밑그림인 정비계획안을 수립했지만 서울시의 심의를 수년째 통과하지 못한 곳으로 신통기획을 통해 재건축사업 인·허가 기간 단축 등 빠른 행정지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하면 도시계획 결정기간이 종전 5년에서 2년으로 단축되고 사업시행인가 단계에서는 건축·교통·환경 통합 심의를 통해 소요 기간이 종전 1년6개월에서 9개월로 줄어든다. 은마반상회 측은 “신통기획을 해서 불리할 게 없고 많은 주민이 원하고 있기 때문에 동의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통기획 재건축은 재개발과 달리 후보지 공모 방식이 아니어서 △신청주체와 절차 △심사기준 △형평성 문제 등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총체적인 매뉴얼의 부재”라는 불만도 있다.

여의도의 한 추진위 관계자는 “신청 주체가 조합인지, 추진위나 다른 형태의 소유주도 가능한지 모호하다”며 “신통기획 재개발처럼 공모를 하면 깔끔할텐데 이런 절차적인 부분이 부족해 보인다”고 아쉬워했다.

은마반상회 관계자는 “시가 미도맨션에는 규정은 아직 없지만 주민 동의율 30%는 받으라고 권고한 것으로 들었다. 저희도 이에 맞춰 주민 30%는 무난하게 동의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추진하고 있다”며 “주변 단지들도 우리더러 어떻게 신청하면 되느냐고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신청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주변 단지 상황을 참고해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신통기획 재건축이 초기사업이어서 시행착오는 있지만 허들없이 신청한 모든 단지에 대해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사업추진 과정에서 대표성 문제가 불거지면 사업이 중단될 수 있어 사업 참여를 위해서는 재건축조합 등 주민 대표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아직 초기사업 모델인 만큼 시행착오가 있고 (사업절차 등) 안내사항이 부족한 부분은 송구하다”며 “여러 사업지에서 신청이 들어오고 관심이 높은 만큼 제반 기준과 절차를 신속히 마련해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시가 신통기획 1호 재건축 단지로 송파구 오금현대아파트를 지정해 추진하려고 했지만 주민들은 추진위의 주민 대표성과 높은 임대주택과 기부채납 비율 등으로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답보상태에 있다. 당시 시는 오금현대 재건축추진위와 협의 후 사업을 진행했는데 주민들이 추진위의 대표성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