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소연 기자
2021.02.08 10:50:18
지난해 3월 저점일때 매수해 차익실현
현대차 임원 평균 24만7000원에 장내 매도
애플카 악재에 개미 "한달전 낼 공시를 왜 이제"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현대차그룹이 8일 애플과의 전기차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가운데 현대자동차(005380) 주가가 고공행진하자 그사이 임원들은 자사주 일부를 처분하기도 했다. 임원들이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실현으로 줄줄이 매도에 나선 가운데 현대차가 애플과의 협의 진행이 결렬되자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 임원 14명은 지난달 6일부터 이날까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3537주(우선주 포함)를 매도했다. 매도 규모는 약 8억6122만7000원이다. 이들의 평균 매도단가는 약 24만7200원(우선주 제외)이었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 8일 애플 측이 2027년 애플카 출시를 목표로 현대차그룹에 협력을 제안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급등했다. 전기차 생산은 물론 애플카의 핵심인 배터리 개발까지 현대차그룹과 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 언론보도를 통해 나오면서 전거래일에 비해 19.42% 폭등했다.
지난해 말 19만2000원(12월 30일)이었던 현대차 주가는 지난달 11일 장중 28만9000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역시 지난해 말 41조243억원에서 55조원 수준으로 15조원 가까이 불었다.
현대차 주가가 급등하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임원들은 지난달 줄줄이 장내매도에 나섰다. 지난달 27일 김철 상무는 보통주 585주를 26만3000원에 장내 매도했다. 매도 규모는 1억 5385만5000원이다. 석동빈 상무는 보통주 500주를 26만1500원(1억3075만원)에 장내 매도, 최서호 상무 역시 25만2500원에 보통주 410주(1억352만5000원)를 처분했다. 그외에도 임원들이 작게는 30주에서 많게는 500주까지 자사주를 장내 매도했다.
국민연금공단도 올해 들어 현대차 주식 92만522주(우선주 포함)를 장내 매도했다. 보유비율은 10.47%(지난해 12월)에서 9.29%로 1.18포인트 하락했다. 매도 규모는 약 2296억7023만만원(지난 5일 종가기준)으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해 3월 코로나19 여파로 현대차 주가가 떨어질 당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회장이 책임경영 일환으로 800억원 이상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자사주를 매입한 바있다.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차 지분은 559만8478주(2.62%, 12월18일 기준)다.
당시 임원들은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다. 코로나 저점 자사주 매입 당시 현대차 주가는 6만8900원(지난해 3월 23일) 수준이었던 점을 보면 임원들이 3배 가까이 차익실현을 한 셈이다. 물론 개인별로 자금이 급하게 필요한 경우도 있었겠지만 공교롭게도 매도 타이밍이 악재 공시를 내기 전이어서 개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현대차와 기아차(000270) 현대모비스(012330) 등 주가가 떨어지자 망연자실하는 모습이다. 이날 장 시작과 함께 현대차와 기아차가 나란히 공시를 내자 각종 주식 카페에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애플카 기대감으로 현대차그룹주를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은 “한 달 전 내도 될 공시를 지금와서 냈다”며 “기업이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분노를 표했다. 또다른 현대차 투자자는 “현대차 주식이 작전주였느냐. 당했다. 개미들 무덤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