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국가적 어려움에는 마음 함께 모였으면"

by원다연 기자
2019.07.26 13:49:14

文대통령, 26일 불교 지도차 초청 오찬 간담회
"제일 큰 어려움은 국민 통합 문제"
"화쟁사상처럼 논쟁해도 하나로 모였으면"
불교계, 일본에 대표단 보내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불교 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불교의 화쟁 사상처럼 논쟁하더라도 결국은 하나로 화합하는 교훈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본관에 한국 불교 지도자를 초청해 오찬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찬 간담회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천태종 총무원장 문덕스님 등 불교 지도자 13명을 비롯해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노영민 비서실장,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가장 먼저 불교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불교 신도는 아니지만 불교와 인연은 좀 있다. 옛날에 젊은 시절에 고시공부를 할 때 해남 대흥사에서 몇 달 공부한 일이 있었고, 또 진관외동 서울에 선림사에서도 한 몇 달 그렇게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며 “그 후에도 좀 마음이 어지러울 때면 이렇게 절을 찾거나 또는 불교 서적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작년 이맘때도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첫 행선지로 안동의 봉정사를 찾았는데, 당시 6월 달에 한국의 산사 7곳이 한꺼번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됐었기 때문에 그 사실을 국민들께 알리기도 하고, 또 여름휴가철에 외국에만 가지 말고 그런 한국의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사찰도 찾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갔던 건데, 그런 목적과 상관없이 정말 참 좋았다”며 “정말 떠나기가 싫을 정도로 참으로 편안한 마음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생각할 때 우리 한국인들의 DNA 속에는 어떤 불교 신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불교적인 어떤 인생관, 불교적인 세계관, 이런 것이 아주 짙게 배어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며 “저 자신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 불교의 가르침에서 늘 인제 교훈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탐진치(貪瞋癡)’ 3독으로부터 벗어나라는 그런 불교의 가르침은 지금까지 저를 이 자리에 올 때까지 저에게 계속해서 각성을 준 아주 매우 큰 가르침이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근 일본과의 갈등과 남북관계 등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아시다시피 요즘 세상사가 쉬울 때가 없지만 요즘 또 우리 국민들 아주 힘들다”며 “우선 경제가 힘들고, 그다음에 세계 경제 여건이 좋지 않고, 거기에 일본의 수출 규제까지 더해져서 당장 현실적인 피해가 생긴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께서 심리적으로 아주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가 역점을 둬서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구축, 이 부분은 우리 불교계에서도 북한과의 교류 사업을 많이 해 주면서 정부를 지원해 주고 있습니다만 지금까지 남북관계나 또 북미관계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아직도 갈 길은 먼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국민들의 마음을 모으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털어놨다. 문 대통령은 “제일 큰 어려움은 역시 국민 통합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기만 하면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 있더라도 함께 다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하나로 마음이 모이기가 참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렇게 요즘 같은 세상에 국민들 마음이 다 같을 순 없겠다”며 “정치적인 생각이 다르고, 또 지지하는 정당도 다르고, 그래서 생각의 차이가 있고 갈등이 있을 수밖에는 없는 것이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어떤 국가적인 어려움이라든지 또는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그런 일에 대해서는 함께 이렇게 마음들이 모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게 참 간절한 희망인데, 그렇게 참 잘 되지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불교의 화쟁사상처럼 논쟁하더라도 결국에는 하나로 화합하는 그런 교훈을 얻었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라며 “우리가 처해 있는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 또 우리 국가가 발전해 나가야 될 그 방향들, 이런 것에 대해서 우리 큰스님들께서 오늘 좋은 말씀들 많이 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원행스님은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다고 힘을 싣었다. 원행스님은 “작금의 일본이 불분명한 이유를 내세워서 수출 규제를 한 데 대해서 우리 모든 국민들은 큰 우려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더 큰 환란도 겪은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대통령님의 큰 지도력을 따라서 함께 단결하여 이번 난국을 잘 극복하도록 노력하겠고, 대통령님께서는 지혜와 용기를 가지시고 저희들을 이끌어 주시기를 또 부탁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교계에서도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원행스님은 “우리 불교계에서도 일본 한일 불교우호대회를 가진지가, 문화 교류를 가진지가 40년 됐죠”라며 “그래서 홍파스님을 단장으로 해서 일본에 대표단을 보내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 일에 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또 전국 만여 개 사찰에서 종파를 초월해서 8월 1일부터 100일 동안 나라와 그리고 대통령님을 위한 기도를 올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원행스님은 “우리 한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산이 높아서 귀한 게 아니고 산에 나무가 있기 때문에 귀한 것이다. 사람이 부유해서 귀한 게 아니고 덕을 갖추는 것을 귀하게 한다’라고 하셨다. 또 동양의 한 선인께서는 ‘큰 새가 날 때 바람을 가르고 큰 물고기가 강을 거슬러 올라갈 때 그 기개를 가지고 이렇게 지도력을 발휘해야 된다’고 말씀하셨다”며 “대통령님께서도 그렇게 큰 용기와 지혜를 가지시도록 불보살님께 기원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또 “우리 불가에서는 그러한 표현을 ‘금시벽해(金翅劈海)하고 향상도하(香象渡河)다’라는 말을 쓴다. 금시조가 용을 쫓기 위해서 바다를 가르고, 큰 코끼리가 강을 건너듯이 그런 위용과 용기를 가지시고 일을 하시라는 뜻 같다”며 “우리 불보살들의 가피가 함께하기를 바라면서 오늘 다시 한 번 국정에 전념하시는 대통령님께서 한국불교 지도자 여러분들을 초청해 주신 데 대해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면서 건강을 기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