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30년 경영’ 조남호 회장도 경영권 상실
by김미경 기자
2019.03.29 11:08:02
조양호 이어 경영권 뺏긴 '한진家'
자회사 부실로 채권단 출자전환 경영권 잃어
29일 주총서 'STX 출신' 이병모 사내이사 선임
이병모 신임대표 "조기 정상화에 최선"
|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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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이 한진중공업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대표이사직을 상실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이어 그의 친동생인 조남호 회장 역시 핵심 계열사인 한진중공업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경영권을 완전히 상실했다.
한진중공업(097230)은 29일 서울 용산구 남영빌딩에서 제12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STX조선의 전 대표이사인 이병모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산학교수를 새 대표이사로 선출했다. 또 김동휘 전 STX 대표이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한진중공업 최대주주사인 한진중공업홀딩스를 통해 한진중공업을 실질적으로 경영했던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돼 퇴진했다. 앞서 한진중공업 이사회는 조 회장을 사내이사 후보로 재추천하지 않았다.
2013년 한진중공업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조 회장은 그간 사내이사로서 경영에 참여해왔으나, 이번 사내이사 임기 종료로 경영권을 완전히 상실하게 됐다. 조 회장이 보유한 지분도 전액 감자돼 한진중공업은 조 회장의 손을 완전히 떠났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 설립자인 고(故) 조중훈 회장의 차남이자 최근 주주총회에서 표대결 끝에 대한항공의 사내이사직에서 강제로 물러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친동생이다. 1989년 국영기업인 대한조선공사를 인수해 한진중공업으로 사명을 바꾼 이후 30년간 한진중공업 경영에 참여해왔다. 이로써 한진그룹과 한진중공업그룹을 맡고 있는 한진가(家)의 두 형제는 나란히 그룹의 경영권 일부를 불명예스럽게 내려놓게 됐다.
조 회장의 불명예 퇴진은 그가 심혈을 기울인 필리핀 수빅조선소 문제가 원인이 됐다. 지난 1월 한진중공업의 필리핀 해외법인인 수빅조선소가 현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모회사인 한진중공업이 수빅조선소에 제공한 채무보증이 현실화됐고, 보증채무가 손실로 반영되면서 한진중공업은 자본잠식 사태에 빠졌다.
채권단 출자전환이 확정되면 한진중공업 주식은 국내 채권단이 60%를 보유하고 필리핀 은행들이 20%가량을 보유하게 된다. 최대주주 지위도 한국산업은행으로 변경된다.
조남호 회장의 퇴진과 함께 새 대표이사에 선임된 이병모 사장은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1982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한 뒤 40년간 조선업종에 근무한 ‘조선통’이다. 이 신임 사장은 설계·영업·생산·경영 등 조선소 요직을 거치며 경력을 쌓았다.
이병모 한진중공업 사장은 “오랜 세월 대형 및 중형조선소에 몸담으며 쌓아온 노하우를 살려 회사를 조기 정상화하고 재도약 발판을 단단히 다져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