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막은 '경찰의 날'…교통체증에 시민들 불만
by김성훈 기자
2017.10.20 14:21:32
광화문 광장서 제72주년 경찰의 날 행사 개최
평창올림픽 대비 대테러 시범차 광화문광장서 행사
세종대로 차량 통제에 시민들 "평일 낮시간 도로막나" 불만
시민들 "인권경찰 발돋움 하길..겉치레보다 내실 다져야"
|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72주년 경찰의 날 기념행사에서 치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20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을 나서자 역 주변으로 정복을 차려입은 경찰관들이 속속 눈에 띄었다. 광화문 광장 한가운데 마련된 1000여개의 의자는 이른 시간부터 자리를 가득 메웠다.
같은 시각 광화문 주변을 달리는 차량들은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렸다. 직장인 한모(40)씨는 “명동 쪽에 일이 있어 버스를 탔는데 도로 통제를 이유로 마포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며 “충분한 홍보가 뒷받침됐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제72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경찰은 내년 개최를 앞둔 평창동계올림픽 안전 확보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대(對)테러 시범을 위해 매년 행사를 열던 세종문화회관 대신 광화문 광장에서 행사를 열었다.
전례 없는 대규모 행사에 경찰 안팎에서도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최근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고(故) 백남기 농민 사건과 부실한 초동수사가 도마 위에 오른 ‘어금니 아빠’ 이영학(35·구속) 사건에 따른 파장이 행사장에도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경찰이 되려면 더 확실하게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며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경찰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논란이 되고 있는 일련의 사건을 의식한 듯 국민을 위한 경찰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철성 청장은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이 적지 않으며 경찰에 주시는 질책만큼이나 기대와 바람 또한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국민이 나라의 주인임을 천명한 헌법정신을 구현하고, 국민의 곁으로 다가가 아픔과 상처를 보듬는 진정한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이 각자의 기본권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경찰활동을 인권중심으로 바꿔 나갈 것”이라며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국민만을 바라보며 묵묵히 경찰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본행사 종료 후 약 160여명의 경찰특공대원들은 검문·검색 중 도주범 차단 후 폭발물 처리, 버스납치 테러진압, 헬기·건물 고공침투, 건물 내 인질테러 진압 등 다양한 상황에서의 대(對) 테러 전술을 선보이며 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72주년 경찰의 날 기념행사에서 시민들이 경찰특공대의 레펠 하강 시범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그러나 같은 시각 광화문 주변을 달리는 차량들은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렸다. 경찰은 행사를 위해 이날 오전 6시부터 9시까지 세종대로(광화문 삼거리↔세종대로 사거리) 양방향 상위 3개 차로를 통제했다. 또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세종대로(광화문 삼거리↔세종대로 사거리) 양 방향 전 차로에서 교통을 통제했다.
일부 시민들은 이날 행사로 일부 버스 노선이 변경된 사실을 모르고 시내에 진입했다가 불편을 겪기도 했다. 직장인 김모(40)씨는 “업무 차 시내로 들어가던 중이었는데 도로를 통제해서 늦을 것 같다”며 “시내 한가운데를 막다 보니 이동에 지장이 있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로 치러진 경찰의 날 행사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직장인 김모(32)씨는 “최근 경찰이 국가 차원 청구인낙(請求認諾) 검토와 개혁위원회 등의 활동을 통해 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국민을 위하는 경찰로 발돋움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공모(31·여)씨는 “수사 기본 원칙만 잘 지켰더라도 이영학 사건 피해 여중생을 충분히 구할 수 있었던 정황들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대규모 행사를 여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겉치레보다 내실을 다지는 경찰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