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진 "피부 안에 넣는 태양전지 개발"
by오희나 기자
2016.05.16 14:00:16
실시간 혈당 분석기 등 체내 헬스케어 기기 개발 기대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미래창조과학부는 박막 구조의 유연 태양전지를 피부 안에 넣어 심박조율기와 같은 인체 내 의료기기에 지속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인체삽입용 태양전지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종호 교수 연구팀(광주과학기술원)은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사업(개인연구), 우주핵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연구를 수행했으며, 이 연구는 헬스케어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터리얼스 4일자에 게재됐다.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거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기능이 저하되는 인체 기관을 보조하기 위한 생체 삽입용 전자기기들이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자기기는 주로 용량이 제한된 배터리에 의존하게 되어 일정시간이 지나면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한 재수술이 필요하다. 실제로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심박조율기(pacemaker)의 경우 배터리가 5-8년 정도 유지된다.
인체 내에서 자체적인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면 이러한 주기적 재수술로 인한 심리적, 물리적,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이 연구는 손전등으로 얇은 피부를 비췄을 때 빛의 일부는 피부를 통과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인체 내에 흡수된 빛을 태양전지를 통해 전기 에너지로 변환해 인체삽입용 전자기기의 지속적인 구동을 목적으로 수행됐다.
체외 태양전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체내로 공급할 경우 피부를 통과해 인체 내로 연결되는 전선을 통해 균이 침입해 염증이 발생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태양전지는 체내에 완전히 삽입된 형태로 사용되는 것이 이러한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최대한의 빛을 활용해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 태양전지는 얇은 피부층 아래에 삽입되는 것이 유리하다.
기존의 태양전지는 두껍고 깨지기 쉽게 때문에 피하에 삽입할 경우 몸의 움직임에 의해 파손돼 성분이 체내로 노출되거나 피부에서 분리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피부와 같이 유연한 특성을 갖도록 고성능 태양전지를 딱딱한 기판에서 박막(6-7마이크로미터) 형태로 분리해 필름에 결합하는 방법으로 얇고 유연한 인체 삽입용 태양전지를 제작했다.
살아 있는 쥐에 삽입해 실험한 결과, 0.07cm2(순수 태양전지 면적) 이내의 태양전지에서 직류전류로 647마이크로와트의 매우 높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었고, 소형 충전지, 유연한 심박조율기와 결합하여 태양광이 없을 경우에도 태양전지를 통해 충전된 배터리로 전력 공급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이는 기존에 보고된 체내 전력 생산량과 비교했을 때 수십에서 수백 배에 이르는 수치로, 하루 약 2시간 정도의 발전으로 현재 상용화돼 있는 심박조율기를 24시간 구동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크기 조절이 용이한 구조이기 때문에 태양전지 발전시간을 더욱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자외선 영역의 빛은 태양전지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므로 피부가 그을리거나 타는 화상을 방지하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더라도 인체 내 전력 생산량은 비슷하게 유지된다.
피부 밑에 삽입할 수 있는 유연한 인체삽입용 태양전지를 디자인했으며 동물실험을 통해 피하에서 태양전지의 전기적 특성을 분석하고 정량화했다.
이 연구는 인체 내 안정적인 전력공급원의 부재로 인해 제한됐던 실시간 혈당 분석기, 질병 진단 센서, 혈액 분석 센서와 같은 실시간 체내 헬스케어 기기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실제 사람의 피부는 쥐 피부보다 두껍기 때문에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좀 더 넓은 면적의 유연한 인체삽입용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이종호 교수는“이 연구 결과는 인체삽입 의료 전자기기의 난제인 전력 부족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며 “많은 전력을 지속적으로 필요로 하는 실시간 혈당 분석기, 질병 진단 센서, 혈액 분석 센서 등과 같은 헬스케어 인체삽입기기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