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길 막힌 저신용자 카드론 몰린다…사상 첫 40조 돌파
by최정훈 기자
2024.06.20 16:37:03
카드사 카드론 잔액 40조 돌파…한 달 전보다 5000억 늘어
역대 최다액 또 경신…중·저신용자, 카드론 쏠림 현상 심화
평균 금리 연 14.22%…빚내서 빚막는 대환대출도 증가세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고금리 장기화로 서민의 급전창구인 카드론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40조원을 돌파했다. 대출 길이 막힌 중·저신용자들이 상대적으로 대출이 간편한 카드론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2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신한·KB국민·삼성·롯데·현대·하나·우리·BC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37조 5689억원으로 전달(37조 206억원)보다 5483억원 늘었다. NH농협카드를 포함한 카드론 잔액도 올해 5월 말 기준 40조 5185억원으로 한 달 전(39조 9644억원)보다 늘어났다.
카드론은 은행이 아닌 카드사에서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무담보 대출을 뜻한다. 정식 명칭은 ‘장기카드대출’이다. 일반적인 신용대출과는 달리 은행을 방문하거나, 담보 및 보증, 서류제출 등 복잡한 절차 없이 신용카드 인증만으로 빠르게 신청할 수 있다. 별다른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는 간편한 대출이라는 특징 때문에 카드론은 서민들의 급전 창구라고 불린다.
3월까지 증가세가 주춤하던 카드론 잔액은 다시 급증하며 역대 최다액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 카드론 잔액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유는 중·저신용자가 대출 길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건전성 악화에 중·저신용자 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들이 대출 문을 걸어 잠그면서 다중채무자들이 ‘급전 창구’로 카드사를 이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저신용자가 카드론에 몰리면서 카드론 평균 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8개 카드사의 카드론 금리는 평균 연 14.22%다. 롯데카드가 14.97%로 가장 높았고, 삼성카드가 14.83%, 하나카드가 14.44%, 신한카드가 14.43% 등 순으로 높았다.
높은 금리에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도 계속 늘고 있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카드론 연체자를 대상으로 상환할 자금을 다시 빌려주는 상품이다. 연체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이자 부담은 커진다. 지난달 9개 카드사의 대환대출 잔액은 1조 9105억원으로 전 달(1조 8353억원)보다 752억원 늘었다.
한편 9개 카드사의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은 7조 2816억원으로 전 달(7조 3175억원)보다 소폭 줄었다. 결제성 리볼빙은 카드 대금의 최소 10%만 우선 갚고 나머지는 다음 달로 넘겨 갚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카드 대금을 갚기 어려운 이용자들이 당장 연체를 막는 용도로 쓸 수 있지만, 수수율이 높아 잘못하다간 연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 리볼빙 이월 잔액은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이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