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드는 조기금리인하 기대…연준 “당분간 제약적 수준 유지 적절”

by김상윤 기자
2024.01.04 15:01:45

작년 연말과 달리 신년들어 금융시장 위축
연준 “금리 고점 도달했다"고 언급했지만…
경제상황 따라 금리인상 가능성 배제 못해
지정학적 위기 고조·수요 반등 리스크 남아
리치몬드 연은 총재 "연착륙 자동조정장치 없다"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연말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빠르게 잦아들고 있다. 뉴욕 3대지수는 지난해 연말 9주 연속 랠리를 뒤로 하고, 신년 들어 이틀째 약세를 보이고 있다. 3.8%를 밑돌았던 10년물 국채금리도 한때 4%까지 치솟을 정도로 금융시장이 빠르게 위축되는 분위기다.

연방준비제도(연준) 위원들은 올해 금리 인하가 이뤄지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하고는 있지만 경제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테이블에서 내려놓지 않겠다며 시장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을 꺾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AFP)
3일(현지시간) 미 연준이 공개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향후 통화정책 전망에 대해 논의하면서 “기준금리가 이번 긴축 사이클의 고점이거나 고점 부근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연말 시장이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을 갖게 했던 발언이 그대로 담긴 것이다.

하지만 “실제 통화정책 경로는 경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단서가 달렸다. 의사록은 “참석 위원들은 자신들의 이 같은 전망이 이례적으로 높아진 불확실성과 연관돼 있다”면서 “향후 경제 상황이 추가 금리 인상을 적절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준은 당분간 금리를 제약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뜻을 다시 강조했다. 회의록은 “참가자들은 대체로 향후 정책을 결정할 때 신중하고 데이터에 의존하는 접근방식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하락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질 때까지 당분간 제약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바라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을 꺾이게 한 내용이다.

물론 연준은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고 뜨거웠던 고용시장도 차츰 식어가는 징후는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거주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지불하는 가격을 측정하는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은 11월에 전년 대비 2.6% 상승했고,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3.2% 상승했다. 여전히 연준의 목표인 2%를 초과하긴 하지만 최근 6개월 PCE 상승률은 1.9%까지 떨어졌다. 연준은 PCE를 물가 상황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한다.

여기에 11월 미국 구인 규모가 2년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고용 시장도 완화되고 있다. 이날 미 노동부가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작년 11월 구인 건수는 879만건으로 전월 대비 6만건 감소했다. 이는 2021년 3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야말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을 뒤흔들 리스크가 여전히 있어 연준이 과감히 ‘피벗(긴축정책서 전환)’을 선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중동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유가가 다시 튈 가능성이 보이고 있고, 최근 국채금리가 크게 떨어진데다 주식시장이 급등하면서 자산 인플레에 따른 수요가 다시 살아날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다시 인플레이션 사이클이 시작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진 셈이다.

JP모건 자산운용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데이비드 켈리는 “회의록에서 연준 위원들의 분위기가 다소 우울하고 걱정스러운 것으로 보였다”며 “연준은 인플레이션과 싸움에서 이겼다고 선언하려는 의향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토마스 바킨 미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올해 FOMC 참가자인 토마스 바킨 미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금리인상 카드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시장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에 경종을 울렸다. 그는 이날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열린 연설에서 현 상황을 비행기를 착륙시키는 조종사에 비유하며 연착륙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공항이 지평선에 있긴 하지만, 비행기를 착륙시키기는 쉽지 않다”며 “특히 안개가 낀 날에는 맞바람과 역풍이 항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제의 ‘연료 고갈’로 성장률 하락 △지정학적 위기나 작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같은 ‘예상치 못한 난기류’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 2%를 웃도는 ‘잘못된 공항 접근’ 가능성 △수요가 예상보다 커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는 ‘착륙지연’ 등을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바킨 연은 총재는 “(연착륙을 위한) 자동 조정장치(autopilot)는 없다”며 “금리 인상 카드는 여전히 테이블위에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