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실적 없이도 '훨훨' 난 전기차株…내년에도?

by방성훈 기자
2021.12.24 17:32:42

전기차 주가, 내년 상승세 지속 여부 ''주목''
美증시 갓 상장한 리비안·루시드 수익도 실적도 전무
3분기 11대 판매 리비안 시총, 美자동차 ''빅3'' 웃돌아
향후 ''기대감''만으로 주가 급등…"내년 성과 내놔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올해 급등한 전기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주가가 내년에도 상승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CNBC는 23일(현지시간) “올해 미 주식시장에 상장한 리비안과 루시드 모터스(이하 루시드)에 막대한 투자 자금이 쏟아졌다. 어느 곳도 아직까지 ‘의미 있는’ 실적을 내지 못했지만, 두 기업의 시가총액을 합하면 1500억달러(약 178조원)에 육박한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2021년이 전기차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으로 오른 한 해였다면, 2022년은 실제 차량 배송이 이뤄지는 한 해가 될 것인가. (아직까진) 적어도 도박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블루오리진이 사용한 리비안의 전기차량(사진=블루오리진)
올 한 해 미 주식시장에서는 전기차 업계 선두주자인 테슬라를 비롯해 리비안, 루시드, 카누, 로즈타운 모터스(이하 로즈타운), 피스커 등 후발 업체들까지 일제히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테슬라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기업들은 ‘기대감’ 만으로 주가가 오른 것이라고 CNBC는 진단했다.

실제로 리비안은 불과 한 달 반 전인 올해 11월 10일 상장했다. 공모가는 78달러였지만 23일 주가는 공모가 대비 24% 급등한 96.84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에 따른 시총은 871억 8700만달러로, 미 자동차 ‘빅3’인 포드(809억 2400만달러), 제너럴모터스(GM·826억 2500만달러), 스텔란티스(583억 6000만달러)를 웃돈다.

루시드 역시 지난 7월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 합병을 통해 상장한 뒤 아직 반년이 지나지 않았다. 상장 이후 20달러대에서 횡보하던 루시드의 주가는 리비안 상장과 함께 11월부터 동반 상승하기 시작했다. 23일 기준 주가는 37.64달러, 시총은 619억 6900만달러에 달한다.

두 기업 모두 아직까지 투자 지표로 삼을 만한 실적이 전무하다. 리비안은 심지어 지난 3분기 12억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생산 목표인 1200대도 맞추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루시드 역시 지난 10월 30일 처음으로 차량 배송을 시작했으며, 올해 9월까지 매출은 71만 9000달러에 불과했다. 순손실도 15억달러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이들 기업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것은 갓 시작한 차량 배송이 내년엔 본격화해 ‘제2의 테슬라’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성됐기 때문이라고 CNBC는 분석했다. 테슬라 덕분에 전기차 충전소 등 관련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진 것도 향후 실적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리비안의 경우 9월 픽업 트럭을 처음 인도하면서 10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고, 미국과 캐나다에서 약 7만 1000대의 사전 주문을 받았다. 아마존과 차량 10만 대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아마존은 리비안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루시드는 세단 전기차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현재 7만 7400달러에서 시작하는 ‘에어 퓨어’ 주문을 받고 있으며, 이달부터는 13만 9000달러부터 시작하는 최고급 세단 ‘에어 그랜드 투어링’ 판매도 시작했다. 초기 테슬라와 비슷한 행보다. 회사 측은 약 13억달러어치 예약과 48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즈타운모터스의 전기 픽업트럭 인듀어런스. (사진=AFP)
대부분의 투자자 관심은 리비안과 루시드에 집중됐지만, 다른 전기차 스타트업들도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일부 기업은 내년 상당량의 차량을 인도하겠다고 투자자들과 약속했다.

전기 픽업트럭과 배달용 밴 등을 제조하는 스타트업 카누는 지난해 12월 스팩 합병을 통해 미 증시에 데뷔했다. 시총은 약 20억달러로 리비안이나 루시드에는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 회사는 올해 투자자들에게 ‘라이프스타일 비히클(Lifestyle Vehicle)’이라는 미래형 7인승 차량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차량은 이르면 내년 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선주문을 받고 있다.

피스커는 역인수합병으로 지난 해 10월 뉴욕증시에 상장했으며, 시총은 50억달러 수준이다.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오션’을 선예약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내년 11월 첫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모든 전기차 업체들이 잘 나가는 것은 아니다. 전기트럭 제조업체 니콜라는 홍보 영상을 조작했다는 공매도업체 힌덴버그 리서치의 폭로로 사기 논란에 휩싸였다.

로즈타운은 지난해 10월 다이아몬드피크홀딩스 스팩 합병으로 상장했다. 당시 10만대 규모의 전기트럭을 선주문 받았다고 홍보했는데, 이 역시 거짓이라는 힌덴버그의 폭로가 제기됐다. 이 회사는 현재 미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를 받고 있다.

CNBC는 “결국 전기차 스타트업은 단순히 멋진 웹사이트를 구축하거나 데모 영상을 보여주는 것, 또는 선주문을 받는 것 이상의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며 “제품 생산부터 인도·배송을 위한 선적 등은 물론,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만큼 생산 물량도 늘려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

비탈리 골롬브 드레이크스타파트너스 기술투자 담당자도 어느 기업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게 될 것인지와 관련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관심, 투자를 생산, 인도, 고객 행복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