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분' 포토라인 선 김학의, 두 차례 무혐의 이번에는

by이성기 기자
2019.05.09 11:49:22

박근혜 정부 첫 법무부 차관 엿새 만에 사퇴
2013, 2014년 검경 수사 두 차례 무혐의
뇌물·성범죄 의혹, 검찰 칼끝 이번에도 피해갈까

뇌물수수 및 성범죄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성실히 조사받겠습니다.”

성범죄·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이 9일 오전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지난 3월 말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꾸려진 지 40여일 만이다. 지난 2013년 ‘별장 동영상’ 파문 이후 두 차례나 검·경 수사를 받았지만, 김 전 차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소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3년 3월 경찰 내사가 시작되고 같은 해 11월까지 8개월 간 검찰 수사가 이어졌지만, 단 한 차례 비공개 소환 조사만 받았다. 이듬해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A씨가 김 전 차관을 검찰에 고소했을 때엔 소환 조사 없이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다.

대전고검장 시절이던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에서 첫 법무부 차관으로 정식 임명됐다. 검찰총장 후보군에 포함됐지만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 심사 결과 탈락했고,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닌 법무부 차관에 임명됐다.

임명 직후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강원 원주 별장 등지에서 이뤄진 문제의 ‘별장 동영상’이 돌기 시작했고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취임 엿새 만에 자진사퇴했다. 당시 경찰은 피해 여성들의 진술과 동영상 등을 근거로 전 차관을 특수강간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은 피해 여성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듬해 A씨가 ‘윤씨에게 성관계를 강요받았다’는 취지로 김 전 차관을 고소했지만, 역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대해 재정신청이 이뤄졌지만 이마저도 기각됐다.

지난해 4월 발족한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이 사건을 다시 검토해보기로 결정했다. 위원회 실무기구인 진상조사단은 올해 3월 경찰 수사 당시 상당수의 자료를 누락했다고 발표함으로써 다시 논쟁이 불거졌다.



이 사건 관련 청와대에서 철저한 수사와 조사를 지시하면서 칼끝이 다시 김 전 차관을 향했고 3월 22일 인천공항을 통해 한밤 중 해외 출국을 시도하다 제지당했다.

의혹이 불거진 뒤 6년 만에 검찰에 불려나온 김 전 차관의 핵심 혐의는 뇌물수수와 성범죄. 김 전 차관은 그러나 변호인을 통해 자신에 대한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다. 윤씨와의 관계는 물론, 별장 동영상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전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지난 3월 29일 출범 이후 윤씨를 여섯 차례나 불러 집중 조사한 수사단은 공소시효가 아직 남은 뇌물 혐의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수수와 성범죄 의혹이 대부분 2008년 이전에 발생했기 때문에 공소시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총 뇌물 액수가 1억원 이상이거나 특수강간 혐의가 적용될 수 있어야 했다. 1억원 이상의 뇌물죄와 특수강간죄는 공소시효가 15년이다.

쉽사리 입을 열지 않던 윤씨가 최근 “2007년 재개발사업을 도와주겠다며 집을 싸게 달라고 요구했다”는 유의미한 진술을 내놓으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2005년 말부터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에서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던 윤씨에게 김 전 차관이 사업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로 뇌물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실제 뇌물을 받지 않고 요구를 했다해도 뇌물죄가 성립하기 때문에 윤씨의 진술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수사단은 또 김 전 차관과 윤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A씨의 진술을 토대로 성범죄 혐의 역시 강도 높게 조사할 방침이다. 또 윤씨와의 대질신문 등도 검토 중이다.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을 수 차례 더 불러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