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피제 줄소송 조짐…기업들이 가장 많이 한 질문은 무엇?
by최영지 기자
2022.06.10 17:03:59
법무법인 율촌, 기업·공공기관 대상 웨비나 개최
1200명 참여…소송 대비·제도 개편 여부 질문 쇄도
"연장형, 차별 예외조항 있어..효력인정 가능성↑"
"임피제 도입 당시 노조와의 논의상황 재현해야"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이번 임금피크제 판결에서 대법원이 효력을 판단하기 위해 제시한 4가지 기준 말고도 기업이 유의할 사항은 무엇인가요?”
“줄소송에 대비해 임금피크제를 선제적으로 보완할 필요성이 있을까요?”
10일 법무법인 율촌이 개최한 ‘임금피크제 분쟁, 쟁점 이해와 기업의 대응방안’ 웨비나에서 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들이다. 율촌에 따르면 이날 웨비나에 참여한 기업 및 공공기관 관계자는 1200여명에 이르며, 웨비나에 앞서 문의한 질문도 130건을 훌쩍 넘었다. 임금피크제는 근로자가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뒤 고용 보장이나 정년 연장을 조건으로 임금을 감축하는 제도로, 크게 정년을 유지하면서 임금을 삭감하는 정년유지형과 정년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임금을 깎는 정년연장형으로 나뉜다.
김도형 율촌 변호사는 먼저 임금피크제 논란을 촉발시킨 지난달 대법원 판결에 대해 “기존 정년을 유지하면서, 정년에 이르기 전 일정기간 동안 임금을 삭감하는 정년유지형의 임금피크제 형태를 부정하는 판결”이라고 요약했다. 이어 “임금피크제 효력을 부정하기 위한 근거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제4조의4 제1항의 성격을 강행규정으로 본 첫 판단”이라고 했다. 앞서 대법원은 공공연구기관 소속 근로자가 청구한 임금청구소송에서 ‘사업주가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 등을 차별하면 안된다’고 명시한 해당 조항이 강행규정이라고 판시했다.
또 대법원이 이번 사건에서 제기한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여부 등 4가지 기준이 정년유지형뿐 아니라 정년연장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도형 변호사는 이 4가지 기준 이외에도 기업 입장에서 유의할 사항을 묻는 질문에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노조 측과의 논의현황, 노조 측이 가졌던 인식을 재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근로자 및 노동조합 측에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임금피크제의 부당함 등을 지적하는 입장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행 중인 임금피크제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 언제, 어떻게 고쳐야 할지를 묻는 질문도 있었다. 이와 관련 김 변호사는 노사관계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4가지 기준에 근거해 임금피크제를 바꾼다는 것 자체가 현 임금피크제의 문제 제기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분쟁 없이 개편하려면 노사관계가 안정된 상황에서만 가능하며, 선례가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대해 말하는 건 아직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10일 오전 진행한 ‘임금피크제 분쟁, 쟁점 이해와 기업의 대응방안’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웨비나 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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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소송의 쟁점과 대응방안을 중점으로 설명한 최진수 율촌 변호사는 정년연장형의 경우 효력성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본 대법원의 같은 재판부는 앞서 다른 사건에서 정년연장형의 효력을 인정했다”며 “고령자고용법의 예외조항인 제4조의5에 따라 임금피크제가 정년연장 및 정년 이후 재고용 지원 조치를 했다면 연령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고 했다. 정년연장형의 경우 근로자 정년이 연장됐고 불이익도 적다는 점 등을 토대로 4가지 기준에 부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임금 삭감폭만 크지 않다면 임금피크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란 취지다.
특정 사례를 두고 정년연장형과 정년유지형 구별을 묻는 것에 사례를 활용해 답하기도 했다. 최 변호사는 “노사간 합의가 늦어진다는 특별사정으로 60세 정년연장의 법제화가 시행된 2016년 이후인 2017년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더라도 정년연장형으로 보는 게 맞다”며 “상당기간 내에 제도가 마련됐다면 정년연장형이 맞다고 주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업 측이 임금청구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논쟁 소지가 있는 소멸시효에 대해서도 입장을 정리했다. 임금피크제 무효로 인한 임금 청구의 소멸시효는 임금채권(3년),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10년) 중 어느 것을 적용할지에 노사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최 변호사는 “노측에서 10년을 주장하는데 삭감된 임금은 기본적으로 임금채권의 본질을 갖고 있어 3년의 소멸시효로 봐야 한다”면서도 “최근 학계에서는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돼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어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재직 중인 근로자 131명은 지난 7일 창원지법 전주지원에 사측을 상대로 임금피크제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 이후 제기된 첫 집단소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