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떡 커보인다' 프랜차이즈 영역파괴 확산

by김용운 기자
2017.11.14 13:40:28

과일주스 전문점은 커피 메뉴 강화, 커피 전문점은 베이커리 개발
주력 메뉴 성장세 고착, 매장 내 매출 올리기 위해 메뉴 다각화
고객의 기대치 놓치지 아야 성공

1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 문을 연 ‘던킨 커피포워드 강남스퀘어점’ 외관. 기존의 던킨도너츠 간판에서 도너츠가 빠진 던킨 간판을 걸며 커피 전문점으로 탈바꿈했다(사진=BR코리아)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서울 충무로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모(37)씨는 지난 여름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 인근 생과일주스 프랜차이즈인 쥬씨 매장에서 ‘딸기 바나나’ 주스를 즐겨 사먹었다. 이후 지방 근무로 몇 달간 서울로 떠나있던 김씨는 최근 다시 서울 충무로 본사로 출근하면서 쥬시 매장에 들렀다가 놀랐다. 생과일주스가 아닌 커피 메뉴가 전면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디야커피는 지난 10월 신 메뉴로 ‘참치 마요’와 ‘감자 마요’를 선보였다. 주문과 동시에 만드는 콜드 샌드위치 메뉴다. 이른바 ‘가성비’를 앞세워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이디야커피는 최근 자체 베이커리 메뉴 확대를 위해 베이커리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베이커리 R&D(연구개발)팀을 신설하는 등 본격적으로 ‘빵’팔기에 나섰다.

반면 빵의 일종인 도넛으로 유명한 던킨도너츠는 최근 도넛 매출의 부진함을 만회하기 위해 커피 판매 비중을 높이고 있다. 던킨도너츠를 운영하는 BR코리아는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던킨도너츠 강남스퀘어점 간판을 ‘던킨’으로 바꾸고 ‘던킨 커피포워드 강남스퀘어’라고 명명해 재개장했다. 이 과정에서 매장 내부도 기존의 도너츠 매대를 줄이고 커피를 주력 제품으로 부각시켰다. BR코리아 관계자는 “앞으로 던킨도너츠 매장에서 커피 메뉴를 더 늘릴 예정이다”며 “도너츠 가게 이미지에 변화를 주기 위해 ‘던킨 커피포워드 강남스퀘어점’을 열었다”고 말했다.

과일주스 전문 프랜차이즈 쥬씨는 최근 커피 메뉴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쥬시 매장 앞에 놓여 있는 커피 광고판(사진=이데일리 DB)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최근 기존의 주력 메뉴 외에 다른 메뉴를 판매하는 영역파괴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햄버거를 주력으로 하는 버거킹도 이번 달 초 새로운 치킨 메뉴인 ‘텐더킹’을 출시했다. 외국 패스트푸드 업체인 버거킹은 사명이 ‘햄버거의 왕’을 뜻함에도 닭튀김 메뉴를 강화하고 나선 것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운데 가장 인지도가 높은 KFC는 신제품으로 ‘폴인치즈버거’를 내놓으며 역으로 햄버거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 가운데서는 피자헛이 영역파괴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경기도 내에 ‘패스트 캐주얼 다이닝’ (Fast Casual Dining) 콘셉트 매장을 선보인 피자헛은 ‘치즈 베이컨 오븐 샌드위치’ 등 샌드위치 신메뉴를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했다. 이 외에도 팥빙수로 이름을 알린 설빙은 빵과 떡볶이 메뉴를 내놓으며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이처럼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가 자신들의 주력 메뉴에 변화를 주는 이유는 기존 주력 메뉴의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의 경우 업체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사실상 나올 수 있는 커피 메뉴는 다 나왔다는 분위기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매장 내 매출을 올리기 위해 서브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에 베이커리 분야를 강화하자는 결론이 나왔다”며 “베이커리가 가장 효율적인 메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KFC 신제품 ‘폴인치즈버거’
여기에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에서 고객들의 구매 횟수가 높은 메뉴를 놓칠 수 없다는 계산도 있다. 버거킹 관계자는 “치킨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이번 신제품을 출시했다”며 “앞으로 치킨 메뉴를 더 다양화해 치킨을 선호하는 고객들까지 사로잡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의 영역파괴가 오히려 본래 지니고 있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산토끼를 잡겠다고 나섰다가 있는 집토끼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각 외식 브랜드에 기대하는 이른바 시그니처 메뉴가 있다”며 “기본 메뉴에 대한 품질 유지와 맛에 대한 개선 없이 다른 업체의 메뉴만을 노리다보면 오히려 기존의 우위에 있던 영역에서 조차 시장을 빼앗길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