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P 변신 도모하는 티맥스…"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준비 중"

by김가은 기자
2023.08.14 17:01:04

티맥스그룹, CSP 시장 진출 추진
IaaS·PaaS·SaaS 아우르는 풀스택 전략
상면 임대로 시작해 향후 하이퍼스케일급 DC 설립 추진
자금 여력, 핵심 서비스 유무가 관건

박대연 티맥스그룹 회장(사진=티맥스소프트)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국내 토종 정보기술(IT) 기업 티맥스그룹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사업자(CSP)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분당 인근에 별도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계열사 티맥스클라우드를 필두로 내년 1월부터 서비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우려도 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CSP사업에 뛰어드는 티맥스그룹 내 계열사 대부분이 적자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티맥스는 국내 IT업계에서 ‘도전의 아이콘’으로 여겨진다. 지난 1997년 설립된 티맥스소프트는 소프트웨어(SW) 불모지였던 국내 시장을 개척한 상징적 회사다. IBM,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있던 미들웨어,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DBMS) 분야에서 독자기술로 국내 1위 기업에 올랐다.

외산 업체들을 제친 티맥스소프트는 국산 운영체제(OS)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이 장악하고 있는 OS시장에서 경쟁하겠다는 포부를 제시한 것이다. 과정은 험난했다. 2009년 처음 공개된 ‘티맥스윈도우’는 기자회견장에서 시연하던 도중 멈춰버렸다. 오픈소스 SW를 활용한 사실을 숨겼다는 의심까지 제기되며 신뢰도 마저 깎였다.

1년 뒤 티맥스소프트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며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2012년 탈출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국산 OS를 향한 도전은 이어졌다. 2019년 8월 15일, 티맥스소프트는 OS 독립을 선언하며 ‘티맥스OS’를 재차 선보였다. 현재는 ‘티맥스구름’이라는 개방형 OS 형태로 공공시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목표를 향해 끝없이 달려왔던 티맥스소프트는 지난 2021년 박대연 회장의 품을 떠나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스카이레이크 품에 안겼다. 박 회장 보유 지분 28.9%와 계열사 티맥스데이터가 보유한 지분 24%, 특수관계인 지분 58%를 합한 60.7%를 매각한 것이다.

티맥스소프트 매각은 지난 2017년부터 추진해온 기업공개(IPO)가 성사되지 않은데다, 계열사 적자, 프리 IPO 투자금 상환 등 자금 압박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결국티맥스소프트는 약 5600억원에 티맥스그룹의 품을 떠나게 됐다.

유동성을 확보한 티맥스그룹은 지난해 ‘슈퍼앱’이라는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난 20년간 축적해온 데이터베이스(DB), OS, 오피스 등 SW 원천기술과 AI, 클라우드, 메타버스 등을 결합한 통합 플랫폼으로 ‘개발의 민주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쉽게 말해, 기술과 개발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티맥스 생태계 안에서 원하는 앱과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당시 박 회장은 “슈퍼앱은 이전까지 IT혜택을 누리지 못했던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이 엄청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며 “IT에 대한 큰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모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티맥스그룹은 내년 1월부터 서비스형 인프라(IaaS),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서비스형 플랫폼(PaaS) 등 풀스택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DBMS를 필두로 레퍼런스와 영업력을 축적해왔던 공공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티맥스클라우드는 현재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획득을 준비 중이다.경기도 분당 인근에 위치한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상면 임대하는 방식으로 별도 데이터센터도 구축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티맥스그룹은 오랜 기간 KT 분당 IDC를 임대해 서비스를 제공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 설립도 추진한다. 공공·금융·엔터프라이즈 대상 서비스와 지난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한 ‘슈퍼앱’을 구동하기 위한 포석이다.

티맥스그룹 관계자는 “티맥스그룹이 개발하고 있는 SaaS 서비스 뿐만 아니라, 다수 공공 및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운영을 위해 국내 톱티어 규모 신규 데이터 센터를 계획하고 있다”며 “AI, 메타버스, 커머스, 핀테크 등 티맥스 슈퍼앱 기반 서비스가 가능하고, 공공·금융·엔터프라이즈 고객 서비스가 가능한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를 준비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들은 자금 여력과 향후 성장성을 담보할 서비스 유무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데이터센터 설립 등 CSP 사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투자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당초 올해 상반기까지 출시할 예정이었던 슈퍼앱은 아직 나오지 못했다. 또 티맥스티베로를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들은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해 티맥스티베로는 매출액 672억5541만원, 영업이익 172억3857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 35% 증가, 영업이익 110% 증가했다.

그러나 티맥스클라우드, 티맥스OS, 티맥스BI 등 보고서가 제출된 계열사들은 여전히 적자 상태다. 티맥스AI, 티맥스RG, 티맥스와플 등의 경우 별도 공시를 하지 않았지만, 슈퍼앱이라는 신사업 추진을 위한 연구개발(R&D)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업계 관계자는 “CSP 사업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력이 되는지, 향후 성장성을 담보할 기술과 제품이 존재하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