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세 개발자 출신을 대표로…카카오, '여민수·류영준 공동 대표' 체제로

by김현아 기자
2021.11.25 15:00:21

보이스톡, 카카오페이 개발한 류영준 대표 합류
카카오 역사상 개발자 출신 대표는 처음
카카오 초기 DNA가 숨쉬는 카카오페이 출신
조수용 대표는 "쉬고 싶다"며 사의 표명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왼쪽부터 류영준,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 왼쪽에는 카카오페이 대표 출신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흰 셔츠에 검정 넥타이 차림으로 오른손을 테이블에 올린 채 미소짓고 있다. 오른쪽에는 여민수 카카오 대표가 하늘색과 흰색 줄무늬가 있는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왼손을 테이블에 올린 채 미소짓고 있다.


‘공동 대표 중 한 명은 개발자 출신이 필요하지 않을까’

2018년부터 공동 대표 체제를 유지해온 카카오가 새로운 리더십을 세운다. 여민수(메이슨·만 52세)·조수용(션·만 47세) 공동대표 체제에서 여민수(만 52세)·류영준(알렉스·만 44세)공동 대표 체제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사회적 책임 강화를 고민하는 카카오가 갑자기 대표이사를 교체하게 된 것은 조수용(션)대표가 “4년간 일했다. 쉬고 싶다”며 사의를 표했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대표이사(CEO)교체가 네이버 이사회의 현장 중심의, 젊은 리더십 체계 개편 건의 이후 나온 것과 결이 다르다. 네이버는 얼마전 하버드 로스쿨 출신인 최수연(만40세)글로벌 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차기 CEO 후보자로 내정했다.

카카오는 25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여민수·류영준 공동대표 내정자를 보고했다. 이들은 오는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된다.

일단 카카오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온 여민수 대표가 올해 카카오 공동체가 약속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책임질 적임자라고 판단해 재연임을 결정했다.

그런데 김범수 의장의 큰 신뢰를 받았던 조수용 대표 자리를 메울 새 공동대표를 정하는 데는 고려사항도 있었다고 한다. 개발자 출신이었으면 한다는 점과 스스로 사업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었으면 하는 점이었다고 한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공동대표 내정자)는 이런 조건에 맞는다. 그는 2011년 카카오 초창기에 개발자로 입사해 당시 비싼 국제전화를 대체하게 만들었던 ‘보이스톡’ 개발을 주도했고, 국내 최초 간편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를 성공시키며 테크핀(기술+금융)산업이 영역을 넓히는 데 이정표를 세웠다. 2017년 1월부터 독립법인 카카오페이의 대표 이사로서 온·오프라인 결제, 송금, 멤버십, 청구서, 인증부터 대출, 투자, 보험에 이르기까지 사업적인 성공도 거뒀고, 최근 성공적으로 카카오페이의 IPO를 이끌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으로서 활동하며 테크핀 생태계 발전에도 크게 기여해왔다.



그는 거침없는 스타일로 사업적 결정이 빠르고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을 하면서 규제 이슈도 훤히 꿰뚫고 있다는 평이다.

카카오 여민수 공동대표
류영준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
카카오는 핵심 서비스인 카카오톡을 ‘단순 연결’을 넘어 의미 있는 ‘관계 확장’으로 성공적으로 진화시켜 왔지만, AI나 블록체인, 클라우드 같은 신 기술 기반의 테크 기업으로의 변신도 앞당겨야 한다.

그런데 카카오 CEO 중에서는 개발자 출신은 없었다. 2015년 35세의 나이로 카카오 단독 대표가 됐던 임지훈 CEO는 카이스트 산업공학과 출신이나 졸업후 주로 투자 전문가로 활동해 왔고, 여민수 공동대표는 메사추세츠공과대학 경영대학원 출신이며, 조수용 공동대표는 서울대 미술대학원 산업디자인을 공부한 디자인·전략 전문가다.

그런데 앞으로 카카오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K-한류에 앞장서거나, 카카오페이나 카카오뱅크 등 금융사업을 하거나, 그라운드X 등 블록체인 사업을 하거나 할 때 중요한 것은 테크 경쟁력이다.

카카오 핵심 관계자는 “공동대표 중 한 분은 개발자 출신이었으면 한다는 인식이 컸다”고 말했다. 류영준 대표는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출신으로 직접 보이스톡 개발을 이끌었고, 카카오페이 개발, 블록체인 전략 초기 발굴 등에 관여했다.

김범수 카카오(035720) 이사회 의장은 평소 카카오의 계열사 중 설립초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카카오의 DNA를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회사로 카카오페이를 꼽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가 혁신 DNA를 살려 글로벌로 도약하는데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적임자라고 생각한 이유인 것이다.

여민수 대표는 “올 한해 카카오가 사회와 했던 약속들을 책임감 있게 잘 수행하라는 의미로 알고 카카오가 혁신기업으로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여정에 최선을 다해 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류영준 대표 내정자는 “사회적 책임 성장이라는 과제를 안고 카카오에 중요한 시점인 만큼 무거운 책임감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도 있다”며 “기술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더 나은 세상이라는 비전을 지키며 ‘도전’이라는 카카오의 핵심 DNA를 바탕으로 회사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