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0%대 금리에도 집값 '하락'…전셋값은 ↑

by강신우 기자
2020.03.30 12:20:00

기준금리 내렸지만 서울집값 ‘하락전환’
‘금리인하=부동산가격 상승’ 통설 깨져
“코로나19로 대내외적 경제위기 때문”
전세시장 불안정, 반포자이 호가 2억↑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위기 상황에 몰리자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 ‘기준금리 0%’ 시대가 열렸지만 부동산시장은 주춤하는 분위기다. 금리인하로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집값이 오르는 일반적 상황이 전혀 안 통하는 분위기다.서울 집값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로 전환했고 비(非) 규제지역으로 풍선효과를 보던 경기권 역시 상승폭이 축소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월 넷째주(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0%로 전주대비 보합을 유지했다. 인천과 경기는 각각 0.42%, 0.28%로 상승폭이 축소했다. 앞서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포인트 낮췄지만 집값은 오히려 하락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대내외적 경제위기와 공시가격 인상, 자금출처 증빙강화 등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되고 보유세 부담이 커진 고가주택 위주로 하락세가 확대해 2주 연속 보합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풍선효과가 뚜렷했던 인천과 경기 등도 각각 0.42%, 0.2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주대비 0.11%포인트, 0.12%포인트 상승폭이 축소했다.

서울 집값이 하락전환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민간 시세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4주차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1% 떨어졌다. 이 업체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한 것은 지난해 6월 첫주(-0.01%) 이후 처음이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금리인하가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때문에 4월 부동산을 제외한 경기부양 취지의 추가적으로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연구위원은 “금리인하에도 코로나19로 부동산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승효과는 미미하거나 없을 것”이라며 “현재는 주택시장이 위축기이기 때문에 보유세 증가에 따른 세부담을 더 민감하게 느끼게 돼 한시적 양도세 중과 배제 기한인 6월말 이전에 절세매물도 다소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은이 금리를 낮춘 것은 실물부실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것인데 현재 시장에는 금리 인하효과보다는 미래 수익 훼손 우려가 더 큰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로 집값 상승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집값 상승의 부담감은 던 만큼 4월 추가금리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집값은 주춤하지만 전세가격은 되레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난 23일 기준)은 0.04%올랐다. 전주대비 보합세이지만 지난달 17일 이후 6주 연속 상승해 올해 누적 0.76% 뛰었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하며 누적 0.25% 오른 것과 비교하면 3배가량 전세가격이 더 큰 폭 오른 셈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봄 이사철 도래한 가운데 학군 및 정비사업 이주수요 또는 직주근접 수요 있는 지역 위주로 상승세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치구별로보면 강북 마포구(0.07%)는 직주근접한 공덕동 및 창전동 역세권 위주로, 성동구(0.06%)는 금호·옥수·행당동 위주로 올랐다. 또한 서초(0.10%)·강남구(0.07%)는 가격메리트 있는 재건축 단지나 정비사업 이주수요 있는 지역 위주로, 송파(0.06%)·강동구(0.03%)는 가격대 낮은 외곽 단지 위주로 상승했다.

비강남권에서 동작구(0.08%)는 인근지역 정비사업 및 직주근접 수요 등으로, 강서구(0.06%)는 마곡지구 인근 가양·방화동 중저가 단지 위주로 올랐다.

실제로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전용 84㎡)의 전세가격은 지난 달 평균 12억775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호가 최고 15억1300만원까지 나와있다. 같은 기간 마포구 공덕동 공덕래미안(전용 84㎡)은 7억500만원에서 최근 호가는 7억8100만원하는 물건도 나왔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공시가 인상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와 코로나19영향으로 부동산시장에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수 심리가 꺾인 상황이어서 전세가격 상승 등 임대차시장의 불안정한 분위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