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첫 기자회견.. 300여명 몰려 취재 경쟁

by오희나 기자
2015.06.23 14:42:04

메르스 사태 관련 사과문 발표.. 공익재단 이사장 자격
이건희 회장 ''와병'' 언급하며 ''울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한 뒤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제 자신 참담한 심정입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서울병원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발표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23일 오전 삼성전자(005930) 서초사옥 주변이 크게 술렁였다.

삼성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출입기자들에게 “오전 11시 메르스와 관련해 발표할 내용이 있다”고 공지했다.

곧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발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기자회견장에는 수백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이 부회장이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서 육성으로 입장을 발표한다는 소식에 기자회견이 열린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는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회견이 예정된 오전 11시 정각 이 부회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졌다.

짙은색 정장에 푸른색 계열의 넥타이를 맨 이 부회장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차분한 목소리로 준비된 발표문을 담담히 읽던 이 부회장은 “저희 아버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계십니다. 환자 분들과 가족 분들께서 겪으신 불안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뒤 잠시 ‘울컥’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환자 분들은 저희가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해 드리겠습니다”라는 대목을 힘주어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이건희 삼성 회장이 와병중인 가운데 메르스 사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등 삼성그룹을 둘러싼 잇따른 잡음에 고심한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부회장은 이번 발표를 앞두고 수일에 걸쳐 발표문을 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발표문에는 ‘머리 숙여 사죄한다’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했다’ ‘제 자신 참담한 심정’ ‘책임을 통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등의 어구로 심정을 표현했다.

특히 와병중인 이건희 회장을 언급하면서 이번 메르스 사태로 고통받아온 환자와 환자 가족 등의 고통을 공감한다는 뜻을 표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 부회장이 지난달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에 선임되면서 공식적으로 병원 운영의 최고책임자 자리를 맡고 있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맡고 있던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을 물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