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인경 기자
2014.11.03 14:37:04
일본 추가 양적완화에 자동차株 5%대 약세
기대감에 상승한 코스피, 환 우려에 경계심 부각
"엔저 수준 확인 후 투자..섣부른 저점 판단 금물"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일본이 또 다시 돈을 푼다. 미국의 제3차 양적완화가 끝나자마자 일본에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나서자 글로벌 증시가 강세를 띠며 환호하고 있다. 그러나 엔저에 예민한 한국으로서는 홀로 우울한 모습이다.
지난달 31일 일본은행(BOJ)는 양적완화 규모를 연간 80조엔으로 확대하고 현재 매입하는 국채규모를 한해 30조엔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보유하는 국채 잔존만기(듀레이션)도 7~10년으로 확대키로 했다. 또 세계 최대 규모 연기금인 일본공적연금(GPIF)의 일본 및 글로벌 주식 투자 비중도 기존 12%에서 25%로 올릴 방침이다.
그러나 3일 오후 2시23분 현재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16.49포인트(0.84%) 내린 1947.94에 거래되고 있다.
약세를 주도한 것은 자동차 업종이었다. 코스피 2등주인 현대차(005380)는 전거래일보다 5.88 %(1만원)하락한 16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기아차(000270)와 현대모비스(012330) 역시 각각 5.66%, 4.00 %씩 내리고 있다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철강업종의 POSCO(005490), 화학업종의 LG화학(051910) 등도 현재 1.14%, 5.50% 빠지며 체면을 구겼다.
일본이 자금을 풀며 달러-엔 환율이 112.36엔까지 솟구친 만큼, 다시 한 번 엔저가 가팔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수출주의 하락은 투자자들의 심리적인 불안감에서 비롯된다고 해석한다.
최근 유럽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나타난 데 이어 대형주들이 3분기 기대 이하의 실적을 냈다. 대내외 악재 속에서 현대차(005380)가 주주 환원 정책을, 삼성전자(005930)가 지배구조 이슈를 들고 나오며 1950선을 회복한 상황이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지난 주 코스피의 상승을 이끈 것은 실적과 같은 가시적인 요소보다는 스토리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었다”며 “기대감만 있었던 상황에서 환율 문제가 등장하자 시장이 바로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수출업체가 해외 공장 설립을 통해 환율 변동에 대비하거나 꾸준히 아베노믹스 이후 꾸준히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사실’보다는 심리적인 불안감이 더 크다는 평가다.
GPIF의 글로벌 주식 투자 확대 역시 우리 시장에 우호적인 영향을 끼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GPIF에서 글로벌 주식을 산다고 해도 엔저에서 중립적인 국가들이 많다”며 “굳이 엔저로부터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한국 주식을 살 것이라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일본의 양적완화가 한꺼번에 섞이며 달러-엔 환율이 오버슈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연말 달러-엔 환율이 110엔 후반까지 오를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원복 현대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는 “당분간 헤지펀드에서 손절매가 나오며 엔저 후폭풍이 나타날 수 있다”며“자동차 업종이나 기계, 화학 등 엔화에 민감한 업종에 대해서는 미리 저점이라고 판단해서 들어가기보다 엔저가 안정되는 국면을 확인하고 투자에 나서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