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약물부터 욱일스티커까지…무법 알리익스프레스

by신수정 기자
2024.02.21 15:25:13

알리익스프레스 국내법 저촉 상품 판매 다수
검색어·상품 판매자 관리 소홀…시스템 허술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의 무분별한 판매 행위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법규에 저촉될 수 있는 약품부터 일본 국군주의를 상징하는 욱일 문양 상품 광고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되고 있는 멜라토닌 제품. (사진=알리익스프레스 판매페이지 캡쳐)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는 수면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광고와 함께 멜라토닌 캡슐제를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상품 페이지에는 한 통에 120개 캡슐이 들어있으며, 각 캡슐에는 멜라토닌 20㎎이 함유됐다고 설명돼 있다.

멜라토닌은 체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불면증 치료제에 많이 쓰이는 약품이다. 하지만 호르몬제 특성상 두통이나 어지러움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국내에서는 유통이 엄격히 제한된 제품이다. 지난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안정성 등을 이유로 멜라토닌을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했으며, 통관금지 품목으로 지정해 해외 직접구매(직구)도 금지하고 있다. 또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멜라토닌을 온라인상에서 불법 유통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와 함께 도수 있는 안경이나 콘택트렌즈 역시 팔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도수 안경’을 검색하면 여러 상품이 나오는데, 상품명에 대놓고 근시 혹은 난시 처방 안경으로 명시한 것도 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품 판매는 현행법상 모두 불법이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되고 있는 도수안경 제품. (사진=알리익스프레스 판매페이지 캡쳐)
위험 물품 또한 쉽게 검색되고 있다. 미니 이쑤시개 발사기·석궁이 대표적인데, 뾰족한 이쑤시개를 장전해 발사하는 장치다. 해당 사품의 상세 설명에는 5장의 종이 또는 얇은 나무판을 뚫을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만약 사람이나 동물을 겨냥해 발사하게 되면 상처를 입힐 수도 있는 것이다.

국민 정서에 반하는 상품도 있다. ‘욱일’ 또는 ‘떠오르는 태양’으로 검색하면 욱일 문양의 상품이 나오는데, 차량이나 오토바이에 붙이는 스티커부터 도시락 가방까지 다양한 상품이 검색된다.

이런 논란이 커지자 현재 알리익스프레스는 멜라토닌 캡슐제나 욱일문양 관련 검색노출을 막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색어를 우회한 위험 물건 등은 여전히 남아있어서 ‘무법 플랫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이같은 행태로 그동안 국내 자정작용을 잘 유지해오던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까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