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KT 임금피크제 효력 인정…"정년연장, 중요 보상책"

by한광범 기자
2022.06.16 14:36:34

KT 전·현직 직원 1300명, 임금 소송서 패소
"도입 당시 KT, 절박한 임피제 필요성 인정"

KT 광화문 청사.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임금피크제 효력이 인정되기 위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판결 이후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KT 임금피크제에 대해 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재판장 이기선)는 16일 KT(030200) 전·현직 직원 1300여명이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미지급 임금 지급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KT는 2015년 3월 노사 합의를 통해 정년을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하고, 만 56세부터 매년 임금의 10%씩을 줄이는 내용의 임금피크제 시행에 합의했다.

직원들 일부는 이에 노조 조합원 총회 없이 합의된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임금이 삭감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KT 임금피크제는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 차별에 해당되는 만큼 무효”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같은 직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KT의 2014년 경영 상황과 인력 구조 등을 보면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른 정년 연장에 대해 임금피크제를 실시해야 하는 절박한 필요가 있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정년 연장은 2013년 개정된 고령자고용법에 따른 것으로서 법은 임금체계 개편도 주문하고 있다”며 “정년 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은 분리가 아닌 함께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은 업무강도가 줄지 않은 점을 문제 삼고 있지만 KT의 경우 정년 연장과 연계한 임금피크제”라며 “정년 연장이 임금 삭감에 대한 가장 중요한 보상에 해당한다”고 결론 냈다.



재판부는 아울러 노조 총회를 거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내부적인 절차 위반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원장이 노조를 대표해서 체결한 노사 합의를 대외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현재 재계에서는 노조의 임금피크제 폐지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노총은 산하 조직에 ‘임금피크제 관련 대법원 판결 대응 방향’이란 지침을 내려보내 “신규 임금피크제 도입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도입을 저지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국내 주요 기업 중에선 현대차·기아 노조가 임금피크제 폐지와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고,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도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하거나 사측에 대법원 판결 관련 입장을 요구할 예정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국내 한 연구기관 퇴직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정년 보장이나 업무 감축 등의 반대급부를 제공하지 않은 임금피크제는 고령자 차별을 금지한 고령자고용법 위반으로서 무효”라고 판결했다.

일정 연령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 보장·연장 또는 정년 후 재고용 등 근로기간 연장을 예정하는 임금피크제 도입 취지와 달리 해당 연구소가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해 근로자들에게 아무런 보상 조치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판단 근거였다.

A씨의 경우도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임금이 대폭 하락하는 불이익을 입었지만 업무를 줄여주는 등의 적정한 조치 없이 기존 업무를 그대로 해온 만큼 합리적 이유가 없는 고령자 차별이라는 결론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임금피크제 효력과 관련해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