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마비되고 언어 장애… 박쥐에 물려 숨진 남성

by송혜수 기자
2021.10.01 15:58:33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박쥐에 물린 80대 남성이 광견병에 걸려 한 달 만에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숨진 남성의 집에선 박쥐 떼가 나오기도 했다.

파스퇴르 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지난 8월 캄보디아에서 포획한 박쥐를 잡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사진=연합뉴스)
지난 29일(현지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일리노이주 레이크카운티에 거주하는 80대 남성 A씨는 지난 8월 자택에서 잠을 자다 깨어났을 때 목에 앉아 있는 박쥐를 발견했다.

박쥐는 즉시 포획돼 수의사에게 넘겨졌고, 보건당국에 의해 광견병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보건당국의 광견병 백신과 치료 등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무렵, A씨에게 인간 광견병 증상이 나타났다.

목 통증과 두통이 있었고, 팔과 손가락은 잘 가누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마비 증상이 나타났다. 또 호흡곤란과 언어 장애 등 광견병 관련 증세가 악화했다.

결국 통증에 시달리던 A씨는 지난달 중순 숨을 거뒀다. 이후 야생동물전문가들이 A씨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의 집에서 박쥐 무리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없음.(사진=연합뉴스)
일리노이주 공중보건 수의사인 코니 오스틴은 “인간 광견병의 경우,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위험에 노출됐다고 판단한 즉시 백신을 맞는 등 치료를 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박쥐는 이빨이 작아 물린 뒤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며 “박쥐가 광견병에 걸리면 낮에 깨어 있거나 날지 못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인다”고 했다.

일리노이주에서 인간 광견병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지난 1954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위생국은 올해 들어 일리노이에서만 30마리의 박쥐가 광견병으로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6만 명이 인간 광견병 위험에 노출돼 백신을 맞았으며, 연간 1~3건의 인간 광견병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인간 광견병은 이미 광견병에 걸린 개·너구리·스컹크 또는 여우와 같은 동물에 물리거나 긁혔을 때 타액 등 체액을 통해 감염된다. 바이러스는 중추신경계를 공격하기 때문에 감염된 이후 곧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는 뇌 질환을 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