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家 일감 몰아주기 매출 4천억…法 "영업 아닌 증여"

by전재욱 기자
2016.06.15 13:18:05

국세청 현대성우오토모티브 영업익 440억에 증여세 부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 사촌 정몽용 회장이 100% 지분 보유社
정몽용 회장 "특수관계 아냐" 과세부당 세금취소소송 제기
행정법원 "현대 성우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정당"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정몽구(78) 현대자동차(005380)그룹 회장의 사촌인 정몽용(55) 회장이 운영하는 현대성우오토모티브는 현대차,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 납품으로만 한해 4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회사 전체 매출의 절반이나 된다.

세무당국은 ‘일감 몰아주기’로 올린 매출인 만큼 정상적인 영업이 아닌 증여라며 현대성우오토모티브가 올린 영업이익에 증여세를 부과했다. 정몽용 회장 측은 부당한 과세라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정 회장쪽 청구를 기각하고 세무당국 쪽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호제훈)는 정 회장이 중부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약 40억원의 세금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정 회장의 아버지인 고(故) 정순영 현대시멘트 명예회장의 친형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다.



자동차부품업체인 현대성우오토모티브가 2012년 한해 동안 올린 매출 8991억원 중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 서한그룹 등 소위 범현대가로 분류되는 기업들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매출이 4135억원에 달했다.

현대차그룹 오너인 정몽구 회장과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65) 아산재단 이사장은 정몽용 회장과 사촌지간이다. 서한그룹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여동생 고 정희영씨의 아들 김윤수씨가 회장으로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기업집단이다. 전체 매출의 47.1%가 현대가 쪽 회사와 거래를 주고받아 발생한 것이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은 440억 원으로 집계됐다.

중부세무서는 현대성우오토모티브가 현대가 쪽 회사와 거래를 통해 올린 영업이익은 사실상 증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영업이익 440억원에 대해 증여세 39억9000만원을 부과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의3 제1항은 회사의 매출 중에서 지배주주(정몽용 회장)와 특수관계(정몽구 회장 등)에 있는 법인 사이에서 발생한 매출 비율이 30%를 초과하면 증여로 본다.



정 회장은 과세가 부당하다고 소송을 냈다. 현대성우오토모티브는 현대가에서 독립해 독자적으로 경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성우오토모티브 지분은 100% 정몽용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현대가 쪽과 거래가 많은 이유는 회사의 제품·가격 경쟁력이 다른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혈연관계로 엮인 사업체끼리 거래를 주고받는 것을 제한함으로서 혈연관계가 없는 기업가들에게도 공평한 사업기회가 돌아가도록 하는 게 옳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가족이나 친족관계 등을 중심으로 한 사업상의 거래를 제한해 혈연관계가 없는 기업가에게도 사업 기회가 돌아가도록 제정된 것”이라며 “혈연보다는 개인과 기업과 창의를 존중하고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도해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려는 헌법 제119조 제1항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를 위해 일정 범위의 친인척 관계가 있는 기업 사이의 거래를 일률적으로 규율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우리나라의 거래 현실이나 현재의 기업 지배구조에 비춰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현대성우오토모티브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회장 개인 일이어서 회사차원에서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20일 오후 범 현대 일가가 정 전 명예회장의 제사에 참석하고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왼쪽부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상영 KCC명예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 정대선 현대비에스엔씨 사장,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