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인터뷰]모텔 투자 귀재, “수익형 부동산..모텔 시대 끝났다”

by성선화 기자
2015.09.30 15:22:40

강남 럭셔리 부티끄호텔 '소설' 서영우 대표 인터뷰
모텔 투자 비용 많이 들어 수익성 떨어져
50~100억원 사옥 투자 "괜찮아"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모텔이 예술로 승화될 수 있을까.’

서초동 호텔 ‘소설’만 놓고 보면 그렇다. 지난 29일 호텔 객실 손님이 다 빠져나간 오후 1시. 서초동 모텔계의 전설로 통하는 서영우 대표의 ‘마지막’ 야심작을 만나러 갔다. 서 대표가 소설에 쏟아부은 투자금은 총 250억 원. 3.3㎡ 당 건축비만 1000만 원에 달한다. 일반적인 모텔 건축비의 3배 정도다. 하루 숙박료가 최고 150만원, 최저 15만원인 최고급 부티끄 호텔이지만 예약 없이 방을 잡기 힘들 정도다. 서 대표는 “오픈 초기에는 내국인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더 높다”고 말했다.

럭셔리 부띠크 호텔로 입소문이 자자한 호텔 소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1층 로비에 들어서자 2층 높이의 층고가 시선을 사로 잡았다. 검정과 회색이 조화를 이룬 모노톤의 로비는 환하게 밝은 바깥과 대비를 이뤘다. 서 대표는 로비의 대리석 바닥 육각형의 투톤을 직접 제작해 붙였다고 설명했다. 엘리베이터 역시 일반 호텔에 비해 층고가 높았다. 보통의 두 배에 달하는 높은 층고는 소설의 공통된 특징이다.

총 56개인 객실은 어느 하나도 똑같은 디자인이 없다. 각각의 객실들이 동서양을 넘나드는 다양한 컨셉트로 꾸며졌다. 그중에서도 특색이 있는 객실을 꼽자면 봉춤을 출 수 있는 무대를 바라보는 침대가 있는 객실, 바닥 아래 침대가 놓인 일본식 다다미 객실, 객실 안에 미니 풀장이 있는 객실 등이다.

소설의 또다른 매력은 디테일이다. 벽 유리, 방문, 창틀 등까지 작은 마감재까지 자제 주문제작 을 통해 완성됐다. 물방물을 흩뿌려 놓은 듯한 통유리, 철제 위에 덧붙여진 나무 창틀, 재료비보다 운송비가 더 많은 소요된 철제 방문 등 다른 곳에선 볼 수 없은 ‘서영우 표’ 디테일이다. 서 대표는 “쉽게 따라하기 힘든 디테일”이라며 “투자 대비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설 설계에만 2년 이상 걸렸다고 말했다. 지난 20년간의 모텔 건축 노하우가 소설에 압축된 것이다. 그는 “하룻밤에 300만~500만원씩 하는 유럽의 부띠끄 호텔에서 직접 투숙해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세세한 디테일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 대표가 모텔을 짓기 시작한 것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는 빌라를 건축했던 그는 모텔을 짓기 시작했고 탁월한 감각에 날개 돋힌듯 팔리자 모텔로 전향했다. 서 대표가 모텔업계 최초로 도입한 아이디어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숙박업계 최초로 냉장고는 물론 TV 비디오 등도 처음 도입했다. 현재 소설을 포함해 그가 소유한 모텔만 3개다.

하지만 그는 이제 더이상 호텔을 짓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소설에 3.3㎡당 건축비 1000만원을 투자할 수 있었던 비결도 예전에 땅을 저렴하게 사놓았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강남 지역 땅값이 3.3㎡당 1억 원에 달해 도저히 수익을 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땅값은 5배 이상 올랐지만 숙박비는 10년 전 그대로다.

이에 그가 최근 관심을 가지는 곳은 지방의 근현대식 건물들이다. 일제시대 전후에 지어진 건물들 중 구조가 좋은 곳들을 보며 하나의 문화로 만들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고 했다. 주말이면 3000대 이상의 차가 몰리는 마산의 브라운 헨즈가 대표적 사례다. 그는 “서울보다는 지방 지역에 주목하고 있다”며 “대구, 여수, 통영 등지가 주요 후보지”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그가 주목하는 투자처는 중소기업의 사옥이다. 아직까지 수익이 날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은 50억~100억 원대의 빌딩이라는 설명이다. 호텔을 짓던 솜씨로 사옥을 짓다보니 짓는대로 팔린다는 전언이다. 서 대표는 “모텔이 현금 장사라는 얘기는 다 옛말”이라며 “하기만 하면 돈이 된다는 모텔 사업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