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에 빠진 '史草'…못찾아도, 실종돼도 문제

by김진우 기자
2013.07.18 18:36:13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국가기록원이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여야 열람위원들의 두 차례 예비열람에도 발견되지 않으면서 ‘NLL(서해 북방한계선) 정국’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국가기록원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보고에서 현 상황에서는 대화록이 없다고 여야 열람위원들에게 확인해준 가운데, 여야는 일단 기술적인 이유로 원본을 아직 찾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국가기록원으로부터 결과를 추후 다시 보고받기로 결정했다.

참여정부의 청와대 업무관리시스템인 ‘이지원(e-知園)’과 대통령기록물 관리시스템 사이 기술적인 차이로 키워드 검색이 안됐을 경우 22일까지의 추가작업에서 대화록이 검색된다면 문제는 커지지 않겠지만, 만약 최종적으로 대화록 원본이 없다고 결론날 경우 정치적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질 전망이다.

이 경우 참여정부에서 대화록을 누락시키고 청와대 문서들을 국가기록원에 넘긴 것인지,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됐으나 이명박 정부에서 파기한 것인지를 놓고 여야간 치열한 정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의 복잡한 국가기록물 관리체계 때문에 기술적인 문제로 원본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야권 핵심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지원 입력 코드와 대통령기록관 운영시스템하고 서로 다른 부분이 있다”며 “알기 쉽게 말하자면 포털에서 검색하는 식으로 키워드 검색을 하면 대통령기록관에서는 안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시스템에서 문서 형식을 변환하는 과정에서 파일 형태가 달라지며 관련 자료가 유실되거나 검색이 안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이런 기류가 일부 감지되고 있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오지 않았다고 하면 문제 아니겠나. 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분류작업을 소홀히 했거나 보안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없도록 하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가 22일까지 최종적으로 대화록을 찾지 못한다면 시스템 오류에 따른 ‘영구미제’ 사건으로 결론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기술적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적 파장이 덜한 시나리오라는 분석이다.

국가기록원에 대화록 원본 자체가 애초 없었다는 결론이 날 경우 누가, 어느 시점에서, 왜 유실시켰는지로 관심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여야는 참여정부 대 이명박 정부 책임론을 주장하며 NLL 정국 2라운드의 ‘프레임 선점’에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참여정부의 NLL 대화록 폐기 가능성을 거론하며 친노(친노무현) 진영에게 과녁을 겨누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만에 하나 대화록이 끝내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면 친노 전체가 역사 왜곡과 자료 폐기에 대한 역사적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현재까지 대화록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만약 대화록이 실종된 것이 확인된다면 이명박 정부가 삭제했을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현재까지는 찾지 못했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라며 “기록물이 없는 것이 확인된다면 민간인 사찰을 은폐한 점이나 국정원 댓글 폐기와 조작 경험에 비춰 삭제·은폐 전과가 있는 이명박 정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화록이 없다는 결론이 나고 책임 소재를 가리는 단계로 진화할 경우 정치권이 아닌 검찰 수사나 특별검사를 통해서 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