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사회적기업 예산 '60% 싹둑'
by최정훈 기자
2023.09.01 16:57:00
올해 2021억원에서 내년 786억원으로 예산 축소
고용부 “기업들 부실화…부정수급 등 부작용 커”
고용부, 1700억 요구..기재부 거치며 1000억 ↓
文정부 국정과제라?…“축소 방침 이미 정했다”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정부가 장애인이나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 역할을 하던 사회적기업 관련 예산을 60% 이상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지원에 비해 고용 창출 효과가 적고, 부정수급 사례도 잇따르는 등 부작용이 커 지원을 대폭 축소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됐던 만큼, 현 정부의 눈 밖에 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잇따른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내년 예산을 작년 수준으로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와의 조정 과정에서 대폭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내년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 관련예산은 총 786억2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예산(2021억9400만원)과 비교해 약 61%(1235억7000만원) 줄어든 규모다. 사회적기업은 경제적 이익보다 취약계층 일자리 제공, 지역사회 공헌 등 사회적 가치를 우선에 둔 기업을 일컫는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사업 전반을 맡아서 진행하는 고용부 산하기관인 사회적기업진흥원의 내년 예산은 285억원으로 올해(692억원)보다 약 58% 줄었고, 고용부 사회적기업과의 사업 예산(246억원)도 내년 전액 삭감됐다. 인건비와 사회보험료 등을 지원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교부하는 예산도 올해 1083억원에서 내년 500억원으로 ‘반토막’났다.
고용부는 사회적기업의 부실화로 지원이 대폭 감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인건비 지원을 받은 사회적기업의 1년 이상 근로자 고용유지율은 29%에 그친다. 인건비 지원이 없으면 직원을 해고하거나 스스로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인 셈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2007년 사회적기업법 제정 이후 16년간 정부의 획일적 육성 정책 결과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정부의 막대한 인건비 지원에도 장기적인 고용 창출 효과는 미미하고, 지원금 부정수급 사례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고용부는 ‘2023~2027년 제4차 사회적기업 기본계획’을 통해 내년부터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건비와 사회보험료 지원을 모두 없애기로 했다. 또 일반 중소기업과 같은 기준으로 지원 기준도 높였다. 사회적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성과 등도 평가해 정부 지원을 차등화한다는 방침이다. 평가 결과는 공표해 공공·민간의 조달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9월 19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 김연길 사회적기업 윙윙 활동가에게 포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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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가 사회적기업을 고사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 고용과 지역사회 문제 해결 등 시장 경제의 잣대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올해 3월 기준 사회적기업은 총 3568개다. 사회적기업이 고용 중인 근로자는 6만6306명으로, 이 중 고령자·장애인·저소득자 등은 약 4만명(60.3%)이다.
특히 사회적기업 육성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여서 구조조정 1순위 삼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사회적기업을 위한 각종 정책을 추진해왔다.
당초 고용부는 기재부에 사회적기업 예산으로 1723억원을 요구했지만, 기재부와 논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1000억원 가량 대폭 줄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본계획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정부 지원 축소 방침이 있었다”며 “내년도 예산안은 기재부와 논의를 거쳐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기업이 신규 고용할 때만 정부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들이 피해를 입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장애인과 고령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일자리 지원은 다른 사업을 통해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