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KBS 4개 드라마 현장스태프 75% 법적 근로자인정
by김소연 기자
2019.07.17 12:00:00
고용부, KBS 4개 드라마 현장 근로감독 실시 결과
근로계약 대신 위탁계약 관행 여전…노동시간 다소 줄어
팀장만 계약체결하다 팀원급 스태프 서면 위탁계약
"위탁 계약 아닌 근로계약 체결해야…법적 근로자로 보호"
|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 노조원들이 지난달 1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드라마 제작 기술팀 스태프 노동자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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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고용노동부가 장시간 노동에 다단계 하도급 구조 등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문제가 된 드라마 제작현장을 근로 감독한 결과, KBS 4개 드라마 제작현장에 종사하는 스태프 75%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감독결과 외주제작사는 팀원급 스태프와 직접 서면 업무위탁계약(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두계약이나 팀장급 위탁계약만 진행했던 관행에서 개선된 결과다. 지난해 1차 감독 당시와 비교해 1일 평균 근로시간 등 노동시간은 줄어들었다.
17일 고용노동부는 이같은 드라마 제작현장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근로감독 대상이 된 4개 드라마 제작현장에 종사하는 스태프 184명 중 75%(137명)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근로감독 결과 현장 스태프들이 체결한 계약은 형식적으론 업무위탁계약이지만 실제로는 근로계약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고용부는 판단했다.
고용부는 근로자성이 인정돼 △연장근로 제한 위반 △최저임금 미지급 △서면 근로계약 미작성 등 법위반 사항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고용부는 KBS 드라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지앤지 프로덕션(주) 제작) △국민 여러분(몬스터 유니온 제작) △닥터 프리즈너((주)지담 제작) △왼손잡이 아내((주)팬 엔터테인먼트 제작) 제작 현장을 감독했다.
드라마 제작현장 스태프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복잡한 계약관계에 따라 근로자로서 법적 지위가 불명확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했다.
드라마 제작에서 조명이나 장비 동시녹음 분야는 이전까지 외주제작사가 팀장급 스태프와 도급 계약을 체결해왔다. 팀장급 스태프가 수급을 받고, 팀장이 소속 팀원과 업무위탁계약이나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구조다. 올해부터는 외주 제작사가 팀원 스태프와 직접 개별적으로 업무위탁계약(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로 개선됐다.
그러나 이같은 프리랜서 계약도 실제로는 근로계약 성격을 가진다. 스태프들은 팀장급 스태프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 종속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KBS에서 방영중인 4개 드라마 제작현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3개 드라마 제작현장에 대해 근로감독한 결과 현장 스태프 177명중 89%(157명)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지난달 18일 드라마 제작 관련 단체로 구성된 ‘지상파 방송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 공동협의체’에서는 드라마 제작 스태프와 표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기본 합의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에 고용부는 현장 변화 움직임을 감안해 드라마 제작 현장에 개별적 근로계약 체결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고용부는 이번 감독에서 형식으로는 업무위탁계약이지만 실제로는 근로계약의 성격을 가지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제작 현장에서 개별 근로계약 체결을 확대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 조건 개선 움직임도 근로감독 결과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1차 감독때 드라마 제작 스태프들은 △1일 평균 15.2시간 △1주 평균 5.6일 근무 △1주 평균 28.5시간을 연장근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는 △1일 평균 12.2시간 △1주 평균 3.5일 근무 △1주 평균 14.1시간 연장근로하는 것으로 다소 개선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주 52시간제 시행과 맞물려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노동시간 단축하려는 노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부분 구두계약을 체결하던 관행에서 업무위탁계약이나 근로계약을 서면으로 진행해 계약형태에서 개선 움직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됨에도 여전히 대부분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있기 때문에 서면 근로계약을 작성하도록 시정조치할 예정이다.
이번 근로감독에서 고용부는 최저임금법, 연장근로제한을 위반한 것도 확인했다. 스태프 184명 중 3명에게 최저임금 이하 임금을 지급해 220여만원을 미지급했다.
고용부는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에 대해 신속하게 시정조치할 계획이다.
권기섭 고용부 근로감독정책단장은 “이번 감독 과정에서 현장의 변화 움직임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도 정기적인 근로감독을 통해 표준 근로계약서 작성, 노동시간 단축 등 현장 스태프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