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 4개월만에 회사채시장 또 '노크'…자존심 회복할까
by김기훈 기자
2015.08.19 15:48:05
지난 4월 발행 추진 시 실적악화로 금감원이 제동
2Q 실적 대폭 개선…무난한 성공 기대
크레디트업계, 실적안정성 뛰어나나 자회사 지원 부담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실적 악화 여파로 회사채 발행을 접어야만 했던 풍산이 4개월 만에 회사채 시장을 다시 찾았다. 발목을 잡았던 실적 부진 우려를 털어낸 가운데 회사채 발행에 성공해 자존심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19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풍산(103140)(신용등급 A)은 지난 18일 10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20일에 실시하는 수요예측 결과를 반영해 발행금리를 결정하고, 전액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풍산이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은 지난 4월 말 3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다가 철회한 지 약 4개월 만의 일이다. 당시 수요예측 경쟁률이 2.6대 1에 이를 정도로 시장의 반응은 양호했지만 발행 시점과 맞물려 공개된 실적 악화에 제동이 걸렸다.
풍산의 1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7.1% 급감한 43억원에 그쳤고, 당기순이익은 50억원 손실을 기록하며 아예 적자로 돌아섰다. 금감원은 회사채 발행에 앞서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투자의 중대사유가 될 수 있는 1분기 실적 부진 여부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아 세 번에 걸쳐 정정요구를 했고 풍산은 결국 회사채 발행을 포기했다. 무리하게 발행을 추진하다 일정이 꼬이거나 기관투자가들과의 신뢰관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방위산업 중심의 탄탄한 사업구조를 바탕으로 꾸준히 흑자를 냈던 풍산 입장에서 실적이 문제가 돼 회사채 발행 계획을 접게 된 것은 자존심이 상할 노릇.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라졌다.
풍산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80% 늘어난 540억원, 당기순이익은 104% 증가한 344억원으로 나타났다. 한 분기 만에 바로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내면서 회사채 발행을 위한 우호적 환경을 스스로 만든 한편 회사를 둘러싼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회사채 발행 추진 당시 금감원의 정정요구를 의식해 이번엔 상반기 누적 실적이 반영된 반기보고서를 먼저 낸 다음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만일에 있을 상황에 대비했다.
4월 회사채 발행 당시 주관사이자 이번 발행 역시 대표 주관사를 맡은 SK증권 관계자는 “앞선 사례를 경험 삼아 철저히 준비했다”며 “수요예측에서도 좋은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레디트 업계에선 방산부문과 함께 풍산 사업구조의 양대 축을 이루는 신동부문 실적이 원재료 가격 변화에 따라 들쑥날쑥하지만 방산부문의 안정적인 실적이 이를 상쇄해 전체 실적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다만 자회사 PMX에 대한 재무적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지적하고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자회사 PMX에 대한 유상증자 지속 등이 과도한 재무부담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재고자산의 환금성이 높고 이익안정성이 높은 방산부문이 신동부문의 실적 부진을 상쇄해 현 수준의 재무비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