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수익 기자
2013.07.10 18:11:01
[이데일리 박수익 윤종성 기자] 앞으로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생성되는 불가피한 순환출자는 규제대상에서 예외로 인정될 전망이다. 또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법안의 시행과정에서 수직계열화는 예외로 하되, 일감몰아주기에 관련된 법인외에 이를 지시·관여한 경영자에 대한 처벌은 적극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신규순환출자금지 법안을 추진하더라도 기업의 합병이나 증자, 구조조정 등 불가피한 사유로 발생하는 순환출자는 예외로 인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 위원장은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더라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경우까지 금지하면 경쟁정책 이전에 경제가 무너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위원장의 이날 언급은 최근 대기업계열의 해운·조선·건설회사처럼 경기악화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가운데 대주주가 사재출연으로 내놓는 주식을 계열사가 인수하거나, 부실계열사에 대한 증자 등으로 새롭게 형성되는 순환출자 고리를 말한다. 노 위원장은 대기업이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렇다 하더라도 대주주 개인이 가진 것을 계열회사가 가지게 되면 순환출자의 문제는 완화가 된다”며 “당장 법으로 나타나는 건 신규순환 출자고리처럼 보이지만, 길게 보면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다만 기업들의 악용 소지를 없애기 위해 ‘채권단이 합의한 경우’에 한해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최근 논란이 된 한라건설 같은 사례는 해당사항이 없는 셈이다. 한라그룹은 상호출자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만도가 마이스터에 자금을 지원하고, 마이스터가 다시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을 선택, 부실계열사를 편법 지원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노 위원장은 또 국회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기존순환출자 규제와 관련해선 기업에게 공시의무를 부과해 이른바 ‘도덕적 강제방안’을 묻는 방안을 언급했다.
순환출자 형성의 배경에는 압축성장 시절 기업들에 반강제적으로 사업을 떠넘긴 정부의 책임도 있는 만큼 강제적으로 해소시키기 보다는 자율적으로 해소를 유도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도덕성을 겸비한 정부라면 (순환출자 형성과정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며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강제할 수는 없지만 공시 의무가 기업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노 위원장은 최근 법안이 통과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해선 “선진국에 규제 사례가 없다 보니 시행과정에서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몇가지 가이드라인을 밝혔다.
우선 재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수직계열화에 대해서는 규제 대상에서 예외로 인정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수직계열화를 당장 부인하고 갈 수는 없다”며 “식당이나 물류, 광고업 등 공통분야가 아닌 경우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공통분야라도 정상적인 입찰 과정을 거쳤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도 밝혔다.
다만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불공정행위를 지시하거나 관여한 기업인과 개인에 대한 처벌 의지는 분명히 했다. 그는 “행위자는 처벌하지 않고 법인에만 과징금을 부과하면 결국 부담이 소비자에 전가된다”며 “앞으로 (조사보고서를) 올릴 때 행위자 처벌을 왜 못하는지를 쓰라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