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70% 이상이 다문화학생…한국어 몰라 수업 ‘쿨쿨’

by이종일 기자
2024.07.15 14:49:14

안산 A중학교 러시아어권 학생 절반 넘어
러시아어 쓰니 한국어 안늘고 수업 몰라
B중학교 다문화학생 비율 91% 전국 최고
"학생 비율 제한해야"VS"학생 선택권 존중"

[안산=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교실에 한국어를 모르는 러시아어권 친구들이 많아 수업 참여를 어려워해요.” (경기 안산 A중학교 3학년 한국 국적 학생)

“주변에 러시아어권 친구들이 많아 한국어를 쓸 기회가 적고 실력이 늘지 않아요.” (안산 A중학교 3학년 러시아 국적 학생)

안산에서 다문화학생들이 특정 중학교로 몰려 수업에 어려움을 겪으며 학생의 학습부진이 증가하고 있다. 안산교육지원청은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다문화학생의 몰림을 방치해 교사의 비판을 받고 있다.

안산의 한 중학교에서 원어민교사(오른쪽)가 러시아어권 학생에게 한국어 1대 1 멘토링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안산 A중학교는 올 3월 기준으로 전체 재학생 293명 중 211명(72%)이 다문화가정의 자녀(이하 다문화학생)이다. 다문화학생 중 168명(전체 재학생 중 57%, 다문화학생 중 79%)은 러시아어권으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 국가 출신의 부모(고려인 포함)를 두고 있다. 이곳은 안산에서 러시아어권 학생이 가장 많은 학교이다.

반별로 학생 18~21명 중 절반 정도는 러시아어권이다. 이 학생들은 대부분 한국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한국 학생과 어울리지 않고 러시아어권 학생끼리 몰려다닌다. A중학교 교사는 “러시아어권 학생들이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러시아어만 사용해 한국어의 필요를 느끼지 않고 한국어 공부를 소홀히 한다”며 “한국어를 모르니 전체 수업을 이해하지 못해 교과학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학교에서는 수학(한국어·러시아어로 수업)을 제외하고 나머지 과목을 한국어로 가르치는데 다수의 러시아어권 학생은 한국어를 몰라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다. 수업의 흥미를 잃고 자는 아이들을 깨우다 보면 수업 흐름이 끊기고 면학분위기가 흐려진다. A중학교는 1주일에 14시간씩 특별학급에서 러시아어권 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지만 학습 효과가 크지 않다. 교내에 러시아어권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기초학력부진도 커졌다. 2020년 1~3학년 합쳐 10%였던 부진학생 비율이 지난해 56%로 늘었다. 부진학생 대부분은 러시아어권 학생이다. 학교 측은 “코로나19로 초등학교에서 생긴 학습 결손이 러시아어권 학생에게 큰 약점이 됐다”며 “한국어 등 기초학력이 부족한 상황에 중학교로 진학해 학습 결손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인근 B중학교는 전교생 265명 중 241명(91%·러시아어권 100명 정도 포함)이 다문화학생으로 A중학교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문화학생 비율로 전국 최고 수준인 B중학교 교사는 “한국어를 모르는 다문화학생이 많아 수업 진행이 어렵다”며 “지역사회에서 한국 학생이 기피하는 학교로 낙인 찍히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학교별 다문화학생 비율을 50% 정도로 낮춰야 한다고 교육청에 요구했다. 또 다문화학생이 중학교 입학 전에 한국어 교육을 3~6개월 받는 과정을 교육청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청측은 다문화학생 분산 배치에 대해 “중학교 입학은 학생이 지망한 순위를 고려해 정한다”며 “학생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해서 학교별 다문화학생 비율을 무조건 제한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안산교육청은 다문화학생의 공교육 진입과 적응을 돕기 위해 이음한국어교실을 202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며 “이 교실에서 중도입국학생 등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다문화학생에게 기초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집중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또 “안산교육청은 예비학급, 특별학급, 한국어학급 운영과 다문화학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현장을 지원한다”며 “다문화학생 밀집도가 높은 학교의 한국어교육 고충에 대해서도 효율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