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무역장벽 높이는 글로벌..국내 철강사 "예의주시"

by하지나 기자
2024.04.22 16:13:45

美 바이든 "中 철강·알루미늄 관세 25% 인상"
韓 '미국 수출 쿼터제', 반사이익 효과 제한적
중국, 동남아향 '밀어내기 수출' 가속화 전망
국내 저가 중국산 유입 및 수출 경쟁 심화 우려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미국이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관세를 3배 이상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국내 철강업계는 그에 따른 영향이 미칠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뜩이나 중국산 저가 철강 제품이 국내 시장으로 밀려들어 오는 상황에서 미국 등 글로벌 수출길이 막히면 이 같은 ‘밀어내기식’ 수출이 더욱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22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철강 제품은 873만톤(t)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대비 29% 늘어난 것이다. 올해 1~3월 누적 수입 물량도 228만t으로 전체 수입량(403만t)의 57%에 달한다. 중국산 철강 제품이 국내로 유입되는 배경에는 중국 철강 시장의 공급 과잉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국 정부가 나서서 철강 감산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전방 산업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그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자국내 넘치는 물량을 해외로 밀어내고 있는 셈이다.

철강사 직원이 고로 출선(고로에서 쇳물을 빼내는 작업)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시장도 중국에 우호적이지 않다. 앞서 지난해 말 인도는 일부 중국산 철강 수입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고 멕시코는 80%에 가까운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태국은 중국산 압연 철강 수입품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비교적 중국과 가까운 브라질조차 중국 철강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전미철강노조(USW)를 찾은 자리에서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25%로 올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 국내 철강사들의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미국 수출 할당량이 정해져 있어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수입산 철강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물량을 제한하는 ‘철강 232조’를 적용하자 고율 관세 대신 쿼터 제도를 택했다. 이로 인해 2015∼2017년 연평균 383만t이던 한국산 철강의 미국 수출량은 2021년 200만t대로 축소됐다.



심지어 미국의 이 같은 조치가 중국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중국의 철강 수출은 전체 조강 생산량의 약 9%인 9026만t으로 201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이 중 미국으로 수출된 물량은 59만8000t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전년도 대비 8.2% 줄었다.

다만 시장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잇따라 중국 철강재에 대한 무역장벽을 높이면서 우리나라 철강업계가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 글로벌 철강업 시황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이 같은 전세계적 무역 보호 조치가 중국 철강재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해야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미국과 유럽 등의 판로가 막히면 중국은 한국, 일본을 비롯한 동남아권 수출을 늘릴 수밖에 없어 보이는데 저가 중국산의 국내 시장 유입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해외 수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