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염정인 기자
2022.09.16 17:31:15
2018년부터 유행했지만…현재는 경영난
제로웨이스트샵 생존법은 ‘지역’에 있다
[이데일리 염정인 인턴 기자] 2018년 마포구 ‘알맹상점’을 시작으로 한국엔 ‘제로웨이스트샵’ 열풍이 불었다가 현재는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다. 이러한 상황 속 “오래오래 가게를 운영하고 싶다”는 경기도 파주시 제로웨이스트샵 ‘도가게’ 대표 박근영씨를 만나봤다.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은 쓰레기 배출 문제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다. 대학생 K씨(23)는 “내가 버린 쓰레기가 당연히 재활용될 줄 알았는데 실제 재활용률이 생각보다 매우 낮아 제로웨이스트 삶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2월 OECD가 올해 발표한 ‘Global Plastic Outlook’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률은 단 9%에 불과하다. 재활용되지 않은 폐플라스틱은 △매립 50% △무단투기 22% △소각 19%의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샵은 일상 속 쓰레기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각종 생활용품을 판매한다. 판매되는 상품들 역시 포장재 없이 구매할 수 있거나 플리스틱이 아닌 종이 등으로 담겨 있다.
우리 동네에 생긴 ‘제로웨이스트샵’
경기도 파주시 ‘도가게’의 박근영 대표는 “제로웨이스트샵이 단지 유행으로 끝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실제 서울 마포구를 중심으로 생겨났던 많은 제로웨이스트샵은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박 대표는 “당시 개업했던 많은 제로웨이스트샵이 현재는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제로웨이스트샵의 생존 전략은 '지역 연결망'이다. 박 대표는 1년 넘게 ‘도가게’를 운영해보니 “온라인 매장을 잘 운영하는 것보다 동네 주민분들과의 네트워킹이 더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대나무 칫솔, 천연 수세미 등 일상용품을 판매하고 있고 집에서 가져온 다회용기에 세제나 샴푸 등을 ‘리필’해 구매할 수 있는 ‘리필스테이션’은 집 근처에서 편하게 구매할만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차로 40분이 넘게 걸리는 파주시 적성면에서도 손님이 찾아주셨다”며 “가져온 개인 통에 두 박스나 세제를 담아가셨다”고 말했다. 이 손님이 가장 가깝게 방문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샵이 ‘도가게’였다.
실제 ‘도가게’의 주 고객은 인근 주민을 비롯해 파주시 전역에서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도가게를 찾은 한 고객은 “원래 제로웨이스트샵을 방문하기 위해 서울 망원동까지 갔었다”며 “도가게가 오래오래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려주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문화가 ‘제로웨이스트샵’엔 있다보니 도가게를 비롯한 제로웨이스트샵은 지역주민·지자체와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실제 ‘도가게’는 한 달에 한 번 파주 중앙도서관에서 팝업스토어를 연다. 이곳에선 지역 학생 및 주민을 대상으로 ‘밀랍랩’ 만들기 체험 수업도 진행하며 지역 사회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그밖에 운정 청소년문화의집, 파주 자유학교 등 각 기관에 찾아가 체험 수업을 진행한다. 박 대표는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찾아주시는 고객들이 많다”며 “기회가 된다면 학교를 방문해 ‘양말목으로 티코스터 만들기’ 등 환경 체험 교육을 시도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양말목은 산업 폐기물로 재활용이 불가한 쓰레기다.
박 대표는 제로웨이스트샵 생존을 위해 지자체가 지역주민과 '만남의 장'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주민들과 다양한 친환경적 활동을 시도하며 네트워킹할 수 있도록, 만남과 교육의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로컬푸드를 친환경 포장으로 판매하는 시범 사업을 해 봤는데, 제로웨이스트샵에서 로컬푸드를 판매하고 지역 내 상점들과도 연결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