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경상수지 흑자…4월엔 적자로 돌아설 듯(종합)
by최정희 기자
2022.05.10 12:04:46
1분기 경상흑자 150.6억달러, 72.7억달러 축소
무역수지 40.4억달러 적자지만
중계무역순수출 1분기 기준 역대 1위
한은 "4월엔 외국인 배당 지급에 적자 배제 못해"
한국경제硏, 올 연간 경상흑자 200억달러 미만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올해 1분기 무역수지가 40억4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지만 경상수지는 150억6000만달러 흑자를 냈다. 그러나 상품수지 흑자폭이 89억달러 쪼그라들어 경상수지 흑자폭이 1년 전보다 73억달러 가량 감소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입이 수출보다 더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4월엔 12월 결산법인의 외국인 배당 지급이 급증하면서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하반기엔 해외 여행이 증가하면서 서비스수지 적자폭 확대에 연간 경상수지가 200억달러 미만으로 쪼그라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경상수지는 150억6000만달러 흑자로 전년동기대비 흑자폭이 72억7000만달러 축소됐다. 경상수지를 좌우하는 상품수지가 104억달러 흑자로 88억8000만달러 흑자폭이 쪼그라든 영향이다.
상품수지 흑자폭 감소는 무역수지가 40억4000만달러 적자를 보인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우크라 전쟁 등의 여파에 1분기 원유 도입단가가 배럴당 87.9달러로 무려 53.4% 급등했다. 수출이 반도체, 석유제품 등을 중심으로 18.6% 증가했음에도 수입이 원자재 등을 중심으로 28.4%나 급증, 수입이 수출보다 더 빠르게 늘어난 영향이다.
그럼에도 상품수지가 흑자를 유지한 것은 가공무역, 중계무역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무역수지는 통관을 기준으로 하지만 상품수지는 소유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상품수지에는 가공무역(해외 공장에서 OEM 생산), 중계무역(해외 현지법인의 제3국 수출) 등이 수출로 잡힌다. 특히 1분기 중계무역순수출은 55억7000만달러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무역수지는 운송 및 보험료를 수입에 포함하는 반면 상품수지는 이를 제외해 무역수지에 비해 수출 쪽에선 증가하고 수입에선 감소, 수지가 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선박도 영향을 준다. 무역수지는 선박을 인도 기준으로 한 차례 수출액에 계상하지만 상품수지는 건조 기간 내 선박 대금을 받을 때마다 수출액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난다.
상품수지 흑자폭이 쪼그라들었지만 상품외 수지(서비스+본원)는 51억8000만달러 흑자로 8억9000만달러 흑자폭이 커졌다. 서비스수지는 4억4000만달러 흑자로 전년동기(18억6000만달러 적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74.7% 오르는 등 수출화물운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운송수지가 57억6000만달러 흑자로 분기 기준 역대 1위를 기록한 영향이다.
다만 본원소득수지는 47억4000만달러 흑자로 1년전보단 14억1000만달러 흑자폭이 줄었다. 외국인 투자 기업에 배당 지급이 늘어나면서 배당소득수지가 23억9000만달러 흑자로 흑자폭이 14억4000만달러 축소됐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경상수지 흑자폭은 크게 축소될 위험이 커졌다. 특히 4월엔 삼성전자 등 12월 결산법인의 외국인 투자자 배당 지급이 집중되면서 배당소득 수지 적자에 전체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4월엔 12월 결산법인 배당이 집중돼 4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배당액을 크게 늘렸던 2019년부터 4월엔 경상수지가 적자를 보인 경우가 많았다. 작년 4월엔 흑자를 기록하긴 했으나 흑자폭이 1억8000만달러로 미미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 유럽 및 중국의 경기 둔화, 글로벌 공급 차질 등 여러 악조건으로 인해 경상수지 흑자폭이 연간으로 200억달러 미만으로 축소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상품수지 흑자폭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하반기 해외 여행 증가로 서비스 수지 적자폭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하반기 해외 여행 재개로 서비스 수지 적자폭이 커질 수 있어 연간으로 경상수지 흑자폭이 200억달러 미만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폭을 192억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전망이 현실화되면 2008년 금융위기(17억5000만달러 흑자) 이후 최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