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이주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 시사.."美연준보다 먼저 올릴 수도"

by이윤화 기자
2021.05.27 13:34:25

한은 금통위 본회의서 기준금리 연 0.5%로 8번째 동결
경기회복 호전세 이어지고 있다, 경제 회복 자신감 피력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금융불균형 위험 강조, 경계감 커져
"코로나 변동성, 경기회복 속도·강도 지켜보며 통화정책 준비"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있고 완화적인 통화정책 장기화로 가계부채 급증 등 금융불균형이 커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금리 인상에 대한 시점을 정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당분간’이라는 표현을 썼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회복 국면에 지장을 주면 안되기 때문에 정상화를 서둘러서도 안되겠지만 지연되었을 때 부작용도 같이 고려하고 있다”면서 “당분간 경기 회복지속 정도를 지켜보면서 통화정책 운영을 위해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경기방어가 우선이라고 강조한 지난 2월과 국내경제 회복이 안착했다고 판단하긴 어렵다던 4월 금통위 당시의 발언과는 확연히 다른 기조다. 또 올해 경제성장률(GDP)이 백신접종 가속화, 추가 경기부양책, 글로벌 경기 회복세 지속에 따라 수출·설비 투자가 더 증가하면서 지난 2월 전망 대비 1%포인트나 높아진 4% 달성을 내다봤다.

다음은 이날 이 총재의 기자간담회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경제상황의 호전을 감안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코로나19, 백신접종 전개 등의 불확실성도 남아있어 경제 흐름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낙관적 시나리오는 백신접종이 더 빠르게 진전되고 그에 따라 심리가 개선되고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정상화 되는 것을 전제로 했다. 또 추가 경기 부양책 실시하는 상황, 수출·설비 투자가 더 증가할 것이란 전제를 뒀다. 성장률 전망이 훨씬 더 높아질 수도 있다.

△금리정상화 필요성에 대한 의견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 대비하기 위해 이례적 수준으로 통화정책 기조 완화해왔는데 호전된 경기 상황 맞춰 적절히 조정할 필요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경기도 호전세를 보이나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있는지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경제 회복 국면에 지장을 주면 안되기 때문에 정상화를 서둘러서도 안되겠지만 지연되었을 때 부작용도 같이 고려하고 있다. 시그널에 대한 의견은 금통위에서도 이에 관한 논의가 많았다. 연내 인상 여부는 경제 상황 전개에 달려있다. 경제 회복의 정도라던가 코로나 전개 상황에 따른 경기 회복 속도, 강도 등을 좀 더 지켜보고 통화정책 운영을 위해 준비할 것이다.

△지난 2월 성장률 전망 이후 추가경정예산안 규모가 15조원 수준으로 확정되면서 5월 수정경제전망에는 반영했다. 지금까지 70%까지 집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추경은 소비 성향이 높은 자영업자, 저소득층에 집중돼 통상적인 가계 이전 지출에 비해 소비 진작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거시계량 모형에 따라 추정 하면 이번 추경이 올해 성장률을 0.1 또는 0.2%포인트 높이는 효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너스 GDP갭 해소시기를 정확히 언급하기는 곤란하나, 경기 회복세가 당초 생각보다 빠르고 코로나 확산세가 진정되고 백신 보급되면서 경제활동이 정상화할 것을 전제로 하면 시기는 한층 빨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대응을 위한 채무 증가와 동시에 자산가격 상승과 연계한 위험 추구 행태 강화로 가계부채가 가파른 증가세를 지속해 상당히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지속된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상당히 크고, 이를 나중에 조정하려면 더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는 것은 억제할 필요가 있다. 금융불균형 확대 방지를 위해 가계부채 누증 막아야 하고, 늦지 않게 대응해야 한다. 경기 개선 상황에 맞춰 가계 소득도 늘어나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금리 정책을 조정해 나가면서 가계 재무건전성 부담과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은 국내 금융경제 큰 영향 주기 때문에 중요한 고려 요인이지만, 우리 통화정책은 국내 여건 맞춰서 결정 하는게 맞다. 과거 사례를 봐도 우리가 먼저 조정한 경우도 있었고,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한은이 먼저 움직일 필요 있냐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연준이 완화기조 유지하는 상황에서 국내 여건에 맞게 통화정책을 조정하면 우리로서는 여지가 더 넓어진다. 연준을 따라가면 금융불균형 확대는 물론이고 대외 연건에 따라 금리 조정 시기를 조정하는 부작용 있을 수 있다.

△최근 일반인 기대 인플레이션율 조사해보니 물가 상승 영향을 받아 2% 초반 수준에서 소폭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유가 급락에 따른 기저효과로 지난 4월 2.3%로 높아졌고 5월에는 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하반기 중에는 2% 내외로 둔화할 것으로 보고 내년에는 기저효과가 줄면서 1%대 중반 수준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국제 유가와 농축산물 출하량 감소 등 공급측면의 영향이 내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경기 개선 흐름에 따라 내년에도 오름세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테이퍼링 이라고 하면 소위 자산매입을 통한 양적 완화 조치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양적 완화 조치를 강도 있게 시행하고 있지만 한국은 대규모 자산매입을 실시하지 않고 있어서 테이퍼링은 해당 사안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해 이례적 조치 실시해, 이를 포괄적으로 본다면 한은은 적격담보증권 확대, 금융안정 특별대출 제도 신설 등 금융시장 안정 위해 도입한 조치를 운용기한 만기에 맞춰 순차적으로 종료해왔다. 남아 있는 것은 회사채 CP매입기구 운영인데, 연장 여부는 자영업자 기업 자금조달 여건 등을 점검하면서 곧 추가 연장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고용안정 물가 안정 모두 국민 삶과 밀접해 중요한 정책과제다. 현재 경제 상황을 보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을 넘어서고 있고 고용시장도 회복 기미 보이나 취약계층은 어려움 지속되고 있다. 물가안정이 최우선 책무인 한은은 중기적 시계에서는 가장 중요하지만 고용 회복이 미진할 경우 물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고용 상황을 포함한 물가 영향 요인을 고려하면서 통화정책을 수행할 필요 있다. 한은 물가안정목표제도 경직적인 것이 아니라 신축적이다. 무조건 2% 넘어가면 안된다는 것이 아니라 중기 시계에서 2%에 수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암호자산 시장 규모가 급속히 확대되고 그와 함께 가격 변동성이 매우 커 금융안정 금융시스템 안정에 부정적 영향 가능성이 있다. 개인의 암호자산 투자가 과도하게 늘면 가격 안정성이 낮은, 급등락 가능성이 있는 암호자산의 특성으로 인해 가계 손실 위험이 그만큼 커질 수 있다. 또 가계손실은 관련 대출의 부실화로 이어져 리스크가 금융기관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한은은 가계대출의 동향, 암호자산 거래와 연동된 은행 계좌의 입출금 규모를 면밀히 모니터링 하면서 정부와 함께 긴밀히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