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권 비호하려…세월호 유가족 '중고거래 내역'까지 들여다본 기무사(종합)

by원다연 기자
2018.11.06 11:33:01

박근혜 前대통령 지지율 회복 목적으로 세월호TF 운영
정치성향부터 온라인 활동까지 세월호 유가족 광범위 사찰
현장 파견 부대원에 ''실종자가족으로 신분위장'' 지시
유벙언 검거TF 불법감청활동, 기존업무 공백 감수하고 진행

기무사 세월호 TF의 BH 보고 ‘세월호 관련 주요쟁점별 조치방안’(자료=기무사의혹 군 특별수사단)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기무사령부가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세월호 유가족의 정치성향부터 인터넷상 활동까지 광범위한 사찰을 벌여왔다고 6일 군 특별수사단이 확인했다.

‘기무사의혹 군 특별수사단’은 이날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내용의 기무사의 세월호 관련 민간인 사찰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특별수사단에 따르면 기무사는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있는 상황에서 ‘세월호 정국’이 당시 정권에 불리하게 전개되자 △정국 조기전환을 위한 출구마련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 등의 목적을 갖고 세월호 관련 TF를 구성해 운영했다.

기무사 참모장을 단장으로 하는 TF는 세월호 참사 현장인 진도, 합동분향소가 있는 안산 등의 현장지원부대와 사이버운용부대에 유가족 사찰행위를 지시하고 이를 보고받았다. 진도현장에는 610부대장 등 18명, 안산 합동분향소에는 310부대장 등 3명이 편성됐다.

610부대장은 특히 각 부대원에게 실종자 가족 개개인의 성향과 가족관계, TV 시청내용, 음주 실태 등의 유가족 사찰 관련 첩보를 수집해 보고하게 하면서, 활동간 적발 시 실종자 가족으로 신분을 위장하라는 활동 지침을 내렸다. 또 310부대장은 각 부대원에게 유가족과 단원고 복귀학생의 동정과 유가족 단체 지휘부의 과거 직업, 가입 정당 등의 첩보를 수집해 보고하게 했다. 아울러 기무사 내 사이버활동부대는 유가족 개인별 인터넷 기사뿐 아니라 학적사항, 중고거래 내역, 인터넷 카페활동 등을 광범위하게 수집해 보고하는 사이버 사찰을 진행했다.



기무사는 이같은 유가족 사찰 활동과 더불어 ‘세월호 관련 여망 및 제언수집’이라는 이름으로 전 부대에서 세월호 정국 조기 전환방안을 수집하고, 그 방안으로 실종자 수색 포기를 위한 세월호 수장방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당시 기무부대원들은 정국 전환을 위해 △실종자 부모가 강경한 태도일 경우 친인척들에 대한 호구조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보상금지급을 협상하는 방안 △수색 및 인양에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는 방안 △정부는 표면적으로 지속 수색 입장을 표명하면서 부정적 여론을 활용해 수색 포기를 압박하는 방안 등을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무사는 또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 TF를 구성해 불법감청 활동을 통해 검거활동을 지휘 및 통제하고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무사는 2014년 6월 이후 수차례에 걸쳐 청와대 주요직위자에게 감청활동 등 유병언 검거작전을 보고했고, 청와대는 이에 “기무사만큼 중앙집권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은 없음. 최고의 부대임”이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수사관계자는 “기무사를 독려한 청와대 주요직위자는 보고라인에 있던 한명으로 파악됐지만, 청와대에서 보고받은 주요직위자는 통상적인 보고라인의 다수”라고 밝혔다. 기무사는 특히 이 과정에서 감청활동의 불법성을 인지하고도 이같은 활동이 적법하게 보이도록 ‘전파환경 조사’ 명분으로 위장해 감청을 진행했으며, 본래의 탐방 및 보안 임무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은신 의심지역에서 광범위한 감청과 채록을 진행한 사실도 확인됐다.

특별수사단은 “이번 사건은 기무사가 세월호 참사기간 동안 ‘통치권 보필’이라는 미명 아래 권한을 남용하여 조직적·기능적으로 세월호 유가족 등 민간인들을 불법적으로 사찰한 사건”이라며 “세월호 민간인 사찰 수사를 담당했던 군검사, 검찰수사관 일부를 잔류시켜 현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기소한 피고인들에 대한 공판을 수행할 예정이며, 관련 민간인 피의자 수사에 대해서는 서울중앙지검과 공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특별수사단은 지난 7월 16일 출범 이후 기무사, 보안연구소 등 21곳 33개소를 총 8차례 압수수색했으며, 110명에 대해 총 129회의 소환조사, 전자정보 약 60여만개 파일을 분석했다. 수사결과 현재까지 610부대장, 310부대장, 세월호TF 현장지원팀장, 세월호TF 현장지원총괄을 세월호 유가족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 및 불구속 기소했으며, 유병언 검거작전 중 금수원 등지에서 불법감청 혐의로 유병언 검거 TF장을 비롯한 5명을 불구속 기소 및 기소유예 처분했다.

수사관계자는 “민간인 사찰과 불법 감청 모두 불법성은 있지만, 사찰의 목적·내용·피해정도 등을 고려했을 때 민간인 사찰은 정치적 목적을 갖고 특정인을 사찰한 부분이 있는 반면 불법감청은 무차별로 이뤄져 피해정도가 낮다고 판단해 불법감청을 주도했던 1명에 대해서만 불구속 기소 처분을 하게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수사관계자는 “청와대에서 TF 활동에 대해 보고받은 사실까지는 확인이 됐지만, 보고받은 사항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지시가 있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민간검찰에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기무사 세월호TF의 세월호 실종자 가족 관련 사이버상 공개정보 확인결과. (자료=기무사의혹 군 특별수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