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60兆 들여 EMC 인수…기술기업 최대규모 M&A

by장순원 기자
2015.10.12 15:18:09

12일 오전 협상결과 공개…고숍조항이 관건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미국 컴퓨터제조업체 델이 데이터저장 전문업체 EMC를 최소 60조원대에 사들인다. 이는 기술기업 간 인수합병(M&A)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델이 EMC 인수에 합의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수금액은 주당 33달러 규모다. EMC 1주당 27달러의 현금을 제공하고 나머지는 EMC 소프트웨어 자회사 VM웨어 가치와 연계된 신주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전체 인수 규모는 530억달러(약 60조6500억원)다.

이는 지난 주 인수협상 소식이 전해지기 직전 주가의 27%의 웃돈(프리미엄)을 얹은 수준이다. 거래가 성사되면 지금까지 기술기업간 M&A 규모 가운데 가장 큰 딜이 된다. 지금까지 최대는 반도체회사 아바고테크놀로지가 지난 5월 브로드컴을 370억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EMC 주가. 출처:FT
하지만 넘어야 할 고비가 있다. EMC가 앞으로 두 달 동안 더 좋은 인수자가 나타나면 새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추가인수 의향자 모집(Go-Shop) 조항을 넣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지분을 인수하며 5대 주주가 된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엘리엇은 시가총액 34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소프트웨어 자회사 VM웨어를 매각하라고 압박했다. 이를 통해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얘기다. 조셉 투치 EMC 최고경영자(CEO)도 협상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최선의 결과를 내놓기 위해 고숍 조항을 삽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MC 인수 잠재 후보군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시스코, 휴렛패커드(HP)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델 이외 다른 후보의 부상 가능성도 크지 않다.

델은 한때 세계 최대 개인용컴퓨터(PC) 회사였지만 태블릿과 스마트폰에 밀려 사세가 위축됐다. 이에 따라 델은 2013년 사모펀드 실버 레이크와 함께 250억달러를 조달해 회사 주식을 전량 매입한 뒤 상장 폐지했다.

델의 컴퓨터 사업과 EMC의 데이터 저장사업 부문이 합치면 상당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어서다. 또 가상화 분야 선두인 VM웨어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하면 차세대 IT 시장에서 위상을 강화할 수 있다. 합병회사는 IBM, HP와 어깨를 견줄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FT는 평가했다.

델은 400억달러 규모의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양측은 현지시간 12일 오전 이번 거래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