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로그램 폐지"…TBS, 정보 중심 공영방송 탈바꿈

by송승현 기자
2023.06.12 15:53:14

TBS, 12일 공정성 강화 위한 혁신안 발표
대표이사·부서장 업무추진비 전액 삭감…신규채용도 중단
"공정성 위한 데스킹 능력 확보 전까지 시사프로 편성 안 해"
혁신안에도 추경 예산 받을지 미지수…서울시의회, 반대 기류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으로 공정성 논란에 휘말렸던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티비에스’(TBS)가 시사 프로그램 편성을 잠정 중단한다. 그 자리에는 인포테인먼트와 시민 클리닉 등 생활 밀착형 프로그램이 대체한다. 방만한 경영에 대한 반성으로 대표이사 업무추진비를 전액 삭감하고, 간부 직원의 연봉을 4% 반납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안을 시행한다.

TBS는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TBS 라디오 공개홀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영성 강화를 위한 TBS 혁신안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혁신안 발표 자리에는 지난 2월 부임한 정태익 대표이사와 고민석 라디오제작본부장 등 본부장급들이 모두 자리했다.

정태익 TBS 대표이사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TBS 라디오공개홀에서 정치 편향 논란을 사과하고 공정성 강화를 위해 임직원의 부당한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등 정치 중립성을 강화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태익 대표이사는 먼저 혁신안을 발표하기 전 “최근 저희는 정치적 편파 논란으로 공영방송으로써 공정성을 훼손했고, 시민들에게 큰 실망을 드렸다”며 “시민의 비판을 귀담아 듣지 못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TBS는 공정성 훼손 논란의 중심이었던 출·퇴근길 시사프로그램을 폐지, 전면 개편한다. 출근 시간대 송출됐던 ‘김어준의 뉴스쇼’ 대신 ‘Good Morning TBS’가 편성된다. 시사 대신 뉴스와 생활정보, 음악과 퀴즈를 가미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아울러 퇴근 시간대 ‘신장식의 신장개업’도 음악과 생활정보를 제공하는 ‘드라이브 뮤직’으로 개편된다.

무엇보다 TBS는 당분간 공정성 논란의 주범인 시사 프로그램에 대해 잠정 편성을 중단할 방침이다. 고민석 라디오제작본부장은 “(방송 공정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한 본부장과 팀장들의 방송 데스킹 능력이 정립될 때까지는 시사 프로그램을 편성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TBS의 대표 콘텐츠였던 시사프로그램이 빠진 자리에는 생활밀착형 콘텐츠가 자리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우울증, 학교폭력 등 사회적 문제에 고통받는 시민들에게 직접 전문가와 상담 및 솔루션을 받을 수 있는 ‘마인드 클리닉(Mind Clinic) : 온(on)’을 심야 시간에 편성했다. 교육 방송으로서의 기능도 강화된다. eFM은 내국인들의 외국어 학습을 위한 교육 콘텐츠로 영어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eFM 영어유치원’이 신설된다. TV 부문에서는 ‘안전, 마약, 평생교육, 시정콘텐츠’ 등 지역 밀착형 의제로 콘텐츠 방향성이 재정립된다. 이외에도 TBS는 수도권 재난 재해 주관 방송사로서의 역량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날 혁신안에는 강도 높은 자구안도 담겼다. 자구안에는 △대표이사 및 부서장 업무추진비 전액 삭감 △간부 직원 연봉 4% 반납 △전 직원 연장근로 제한 조치 △신규채용 전면 중단 및 5년 내 정원 20% 감축 등이 담겼다. 특히 TBS는 연장근로 제한 및 정원 감축으로 연 30억~40억가량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방송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 법정제재를 받았거나, 마약 및 폭행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이들에 대한 방송 출연도 제한한다. 이를 위해 ‘방송출연제한 심의위원회’를 신설해 사회자 선정의 균형성도 확보한다. 이밖에도 ‘임직원 정치활동 금지’ 규정을 마련해 정치적 중립성도 강화하겠단 계획이다.

TBS의 이 같은 혁신안 방안에도 서울시의 예산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서울시는 TBS의 혁신안 이행 예산 73억원을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에 포함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다수당인 서울시의회는 TBS에 대한 지원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