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 관계 갈등 속 바이든 “中과 대만 협정 준수 합의”

by김무연 기자
2021.10.06 14:22:22

지난 9일 진행한 시 주석과 전화 통화 언급
대만 협정 불분명…‘하나의 중국’·대만관계법 추정
美, 대중 무역 압박 유지…두 정상 만남도 불발 가능성
양국 외교 고위급 회담, 해빙 분위기 마지막 기회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중국의 대규모 전투기 부대가 대만의 방공식별영역을 침범하는 등 양안(중국과 대만)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만 협정을 준수할 것을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FP)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들과 만나 “나는 시 주석과 대만에 대해 이야기했고, 대만 협정을 따를 것에 동의했다”라면서 “우리는 시 주석이 합의를 준수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라고 말했다.

해당 대화는 지난달 9일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과 7개월 만에 가진 90분 간의 첫 전화 통화에서 언급한 내용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대만 합의’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로이터통신은 대만 대신 중국의 국제적 대표성을 인정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과 ‘대만관계법’을 언급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국은 카터 행정부 시절인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했다.

다만, 대만과 단교를 하면서 폐기한 공동방위조약을 대체하기 위해 대만에 대한 안전보장 조항 등을 담은 대만관계법을 제정했다. 해당 법안은 미국이 대만과의 무역과 문화교류를 허용하며 방어용 무기도 계속 수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제법이 아닌 국내법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의 방위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은 이례적인 경우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대만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무력도 동원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앞서 중국이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나흘 간 전투기 148대를 동원해 대만의 방공식별영역으로 보내 무력 도함에 따라 양안 지역에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오는 6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진행하는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회담에도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양국의 갈등 관계는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블룸버그는 이 회담이 양측의 분위기를 풀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 1월20일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아직 양국 정상은 대면 회담을 진행하지 않은 상황이다. 두 정상은 이달 말 로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만날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지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이 화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무역 관계도 교착상태다. 앞서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해 중국과 체결한 1단계 무역합의 이행을 준수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前) 행정부 시절 부과한 고율관세를 유지하는 등 강경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