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망사고 절반은 65세 이상"…경찰, 고령자 교통안전 대책 추진

by박기주 기자
2019.03.12 12:00:00

고령자 교통사망사고 비중 증가세…운전자·보행자 모두 증가
면허 자진반납 유도하고 적성검사 기준도 강화
노인보호구역 확대 등 보행자 안전 대책도 시행

고령자 교통사고 현황(자료= 경찰청)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최근 고령 인구의 교통사고가 사회 문제로 논란이 되자 경찰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자진 반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한편 적성검사를 강화해 관련 교통사고를 막겠다는 의도다. 또한 고령 보행자 안전 확보를 위한 정책도 추진한다.

경찰청은 12일 고령 교통안전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관계기관 합동 TF’를 구성하고 연구용역 등을 통해 조건부 면허제도 등 법령·제도 개선을 포함한 중장기 고령자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올해 안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4.3%(738만명)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44.5%로 인구비율의 세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보행 사망자 중 고령자 비율이 56.5%로 다른 연령에 비해 크게 높은 데다 2016년 51%, 2017년 54% 등 매년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고령 면허소지자가 연관된 교통사고 사망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17.7% △2017년 20.3% △2018년 22.3%로, 고령 면허소지자 비율(9.4%, 2018년 기준)의 두 배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우선 고령 운전자가 면허갱신을 할 때 ‘체험형 인지능력 자가진단’ 교육을 실시해 스스로 운전을 중단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방침이다. 면허 시험장에 전문상담사를 배치, 일정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고령자에겐 면허 자진반납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행정안전부 및 기획재정부 등과 협업해 면허반납 시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또한 수시 적성검사 통보 대상에 치매뿐 아니라 뇌졸중과 뇌경색 등 운전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환까지 포함하고, 의사와 경찰관·가족 등 제3자의 요청으로도 수시 적성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도로교통공단과 협업해 고령운전자 차량에 ‘실버 마크’를 부착해 다른 운전자의 배려 운전을 유도하고, 고령 운전자가 야간에 도로 표지를 쉽게 볼 수 있도록 사고다발 구간에 조명식 표지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농촌 지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륜오토바이·원동기자전거 사고에 대한 안전교육도 대대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고령 운전자뿐만 아니라 보행자 안전에 대한 대책도 내놨다. 우선 전국 고령자 보행사고 다발지역 1860곳에 대해 관계 기관 합동 현장점검을 진행한 후 횡단보도와 무단횡단 방지펜스, 투광기 등 시설을 확충하고, 사망사고가 크게 늘어나는 10~12월에는 가로등 점등시간을 늘린다. 제한속도를 낮춘 노인보호구역 250곳을 확대 지정하고 무인단속카메라를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한 고령자의 통행이 잦은 지역을 중심으로 △횡단보도 보행시간 연장 △점멸신호 축소 △바닥형 보행신호등 확대 등 신호체계를 개선하고, 노인보호구역 내에서 고령 보행자 사고를 낼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법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보호구역 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도 부여한다. 이와 함께 고령층에 대한 교통안전 교육 확대 및 야광 지팡이 및 신방스티커 등 안전용품도 보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