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유커 압박카드 내미나…"여행지 美 대신 유럽으로"

by김인경 기자
2018.07.12 11:10:54

온라인 여행플랫폼 "미국 검색자수, 성수기 7월 들어 감소"
관영매체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인들 美 여행 기피 분석"
유커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로 美 압박 강화

[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이번에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처럼?

중국과 미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는 사이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미국 대신 유럽과 러시아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다만 관영매체가 이 같은 조사를 홍보하는 것은 엄청난 돈을 뿌리고 다니는 유커가 미국을 찾지 않을 것이라는 압박을 통해 보호주의 무역을 강조하는 트럼프 정부의 자세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2일 중국 관영 영자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하며 중국인들이 미국 여행을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관광 성수기로 꼽히는 여름 대목을 맞아 중국인들의 관심이 미국에서 러시아, 유럽으로 전환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가 인용한 중국 온라인 여행 플랫폼 마펑워(馬蜂窩)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인들이 많이 검색한 인기 여행지는 LA, 뉴욕,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 보스턴 같은 미국의 유명 도시들이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된 이달부터 이들 여행지에 대한 검색이 급감했다.

반면 러시아 모스크바에 대한 검색은 78%나 늘었고 프랑스를 검색하는 경우도 31%나 증가하는 변화가 나타났다. 매체는 여름 성수기를 맞아 해외 여행지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7월에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 것은 무역전쟁으로 인한 중국인의 반미 감정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커는 엄청난 소비력을 자랑하다보니 전세계 관광업계가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이에 미국 관광업계 역시 헤이룽장성을 방문해 관광 촉진행사를 벌였다. 미국은 2020년까지 미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 2위 국가로 중국이 발돋움하길 바라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미국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는 힘들 수 있들 것이란 게 글로벌타임스의 주장이다. 중국인들이 미국에 대해 갖는 감정은 미국 여행에 영향을 줄 것이고 관계가 악화할 경우 중국인들이 미국을 대체할 다른 관광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매체는 “미국이 중국 관광객들의 유일한 목적지가 아니다”라며 “양국의 고조되고 있는 무역 갈등이 양국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면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더이상 휴가를 미국에서 보내며 돈을 쓸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 관광객 입장에서는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다른 여러 관광지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조사결과는 중국 국민이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강조를 하면서도 중국 정부가 유커를 대외 압박카드로 활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가시화되자 주미 중국 대사관은 미국을 여행하는 중국인에게 치안에 조심하라는 경고문을 내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게다가 이미 중국은 한국과 사드 배치를 두고 갈등을 빚었을 때 단체 관광 비자 발급을 중단하며 압박을 넣은 바 있다.

한편 전날 미국은 중국산 제품 2000억달러 규모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수위를 더 높이는 방식으로 관세 부과대상 품목을 발표했다”며 “이를 조금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우리는 엄정한 항의를 표한다”고 말했다.